[횡설수설]황씨가 경고하는 북한의 「남침 준비」

  • 입력 1997년 7월 11일 20시 59분


黃長燁(황장엽)전북한노동당비서가 기자회견에서 주목할 만한 발언을 했다. 북한측이 특수부대원들에게 한국군 군복을 입혀 북측지역에 침투한 것으로 위장한 뒤 한국이 전쟁을 도발했다면서 5,6분간 포를 쏘아 서울을 잿가루로 만들 계획이라는 것이다. 전쟁을 일으키되 한국측의 북침으로 전쟁이 시작됐다고 위장한다는 시나리오다. 6.25북침설을 다시 보는 것같아 착잡하다. ▼마침 미국의 수정주의자 브루스 커밍스교수가 한국전쟁의 기원에 관해 남침 북침설 배제를 골자로 하는 자신의 종래 이론을 철회한 시점이다. 커밍스교수는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한국전쟁은 민족해방전쟁이었고 해방 당시 한국의 사회혁명은 외세와 정통성을 결여한 남한정부 때문에 좌절했다는 이론을 정립했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펴낸 「한국의 양지」라는 새 저서에서 6.25에 대한 金日成(김일성)의 「중대한 책임」을 분명히 못박았다. ▼최근 중국공산당 기관지 「백년조류(百年潮流)」도 한국전쟁 북침주장을 철회하는 특집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이 특집은 스탈린과 김일성이 한국전쟁을 주도했으며 毛澤東(모택동)이 이에 동조한 것은 스탈린에게 이용당한 대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지난 반세기동안 중국이 공식적으로 견지해온 북침주장을 마침내 포기한 것이다. 구(舊)소련이 한국전쟁 북침설을 철회한 지는 오래다. 수정주의를 결정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은 소련측이 공개한 한국전쟁 관련 비밀문서였다. ▼시대가 바뀌어도 조금도 변하지 않은 쪽은 북한이다. 황장엽씨는 지난 50년동안 북한이 해온 것은 전쟁준비뿐이었음을 증언했다. 속전속결 전면전 전략에다 북침위장 선동까지 지난날과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그 와중에서 주민들은 억압당하고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 정말 북한은 변하지 않을 것인가.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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