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새는 바가지는 들에 나가도 샌다고 했던가.
한 한국인 학부모가 미국학교 교사에게 값비싼 다이아몬드 반지를 「촌지」로 선물, 교민들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2주일 전쯤의 일이다. 뉴저지 한인 밀집지역인 버겐카운티 F고등학교의 한 미국인 교사는 한국인 학생의 어머니로부터 뜻하지 않은 선물을 받고 기겁을 했다. 선물이 시가 2천5백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였기 때문이다. 30여년 교사생활에 처음인 「황당한 일」을 당한 이 교사는 즉각 교장에게 보고했고 학교측은 의논 끝에 한국인학생을 다른 학교로 옮기도록 부모에게 「권유」하는 선에서 조용히 끝내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학부모들이 「엄청난 사건」을 모른체하지 않아 일이 커졌다. 미국인 학부모들은 일부 한국인들이 금품으로 균등교육이라는 공립학교의 설립취지를 파괴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모 재벌그룹의 지사요원으로 6개월 전 부임, 아들이 현지적응에 어려움을 겪자 『아들을잘 부탁한다』는 뜻에서 선물을 건넸다는 한국인 학부모의 하소연이 미국인들에게 이해될 리가 없다. 미국에서는 교사가 학부모로부터 20달러 이상의 선물만 받아도 처벌대상이다. 물론 이 학부모는 그런 사실도 몰랐다고 한다. 결국 한국인 학생은 톡톡히 망신을 당한 뒤 사립학교로 전학을 했다.
「어글리 코리안」의 망신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인근 학교에서 한국인 학부모들이 1인당 5백달러씩을 모아 담임교사에게 전달하는 촌지사건이 터졌다. 다행히 교사의 보고를 받은 교장이 「한국풍습」을 이해하는 사람이어서 그럭저럭 수습은 됐지만 미국인 학부모들의 불만은 가시지 않았다.
촌지사건 이후 한 미국인이 현지신문에 한국인을 꼬집는 기고를 했다. 『돈으로 허물을 덮으려는 일부 한국인들의 자세는 장기적으로 보아 건전한 미국사회를 파괴하는 것이다. 그들(한국인)은 자기네 사회를 파괴한 것으로 족하다』
많은 교민들이 이 글을 읽으며 할 말이 없어 얼굴만 벌개졌다고 털어놓았다.
이규민<뉴욕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