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다문화시대의 글쓰기」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권택영 지음/문예출판사·10,000원) 우중충한 청계천 뒷골목과 패션 과소비 자유분방의 상징 압구정동. 작가는 도시 곳곳에서 펼쳐지는 인생사의 단면을 놓치지 않는다. 박태원의 「천변풍경」(1938년)과 유하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91년). 이른바 「도시문학」. 50년대 명동을 읊은 시인 박인환의 숨결은 「서울은 만원이다」(66년)를 지나 사회의식으로 충만한 70년대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닿는다. 그리고 양귀자의 원미동(87년). 『60년대까지 욕망의 실현장소였던 도시는 70년대에 산업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장소로, 그후에는 독특한 문화현상의 집합지로 바뀌었다』 저자의 글쓰기는 이런 식이다. 작품속에 일관되게 흐르는 경향을 포착, 특성을 밝혀내고 지성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우리 문학은 모성(母性)을 어떤 시각으로 다뤘는지, 80년대 소설이 민족 노동자 여성의 문제에 천착한 이유는 무엇인지, 낯익은 작가의 자취를 더듬으면서 주제를 부각시킨다. 세계 문예사조에 대한 해박한 식견을 바탕으로 비평의 영역을 넓혀온 그가 그동안 발표한 글을 묶은 평론집. 외래문물의 수용자세에 이르면 분석은 한결 더 예리해진다. 60년대 서구의 저항정신을 대표한 포스트모더니즘. 왜 하필 90년대초 한국에는 소비사회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되어 전파됐는가. 『스스로 일궈낸 저항력없이 세계자본의 논리에 휩쓸렸다. 혼돈의 복판을 꿰뚫어보는 문화적 분별력과 내성(耐性)을 갖춰야 한다』 문화가 「상품」인 시대, 그는 바로 이 말을 하고 싶었다. 〈박원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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