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밤샘조사 사라져야

  • 입력 1997년 7월 7일 20시 05분


검찰과 경찰이 밤샘조사로 피의자를 잠 못자게 하면서 받아낸 자백은 인권보호 차원에서 증거로 인정해서는 안된다. 밤샘조사는 피의자에게 심리적인 불안을 주고 자포자기에 빠지게 할 가능성이 있으며 그렇게 피로해진 상태에서 한 진술을 임의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대법원이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상고심에서 밤샘조사 때 한 자백의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것은 의미가 크다. 인권보호가 철저한 영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피의자에게 기본적인 수면시간을 보장하며 밤샘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일본도 밤 12시 넘어 진행된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는다. 우리 헌법이 고문(拷問)을 금지하고 형사소송법에서 임의진술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 피고인의 자백을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없게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리 검찰과 경찰은 피의자를 연행한 후 48시간내에 혐의여부를 가려야 한다는 현실적 이유를 내세워 밤샘조사를 예사롭게 강행해왔다. 일부 수사기관 관계자들은 수사효과를 노려 밤샘조사를 오히려 선호하는 경향마저 보였다. 밤샘조사의 자백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는 법원의 견제는 별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수사기관은 그런 잘못된 수사관행에 더 이상 안주(安住)할 수 없게 됐다. 피의자를 잠 못자게 하면서 자백을 받아내더라도 더 이상 증거로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제 수사기관은 비민주적인 수사관행에서 벗어나 피의자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보다 과학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일종의 고문인 밤샘조사는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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