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기홍/정권말기 몸사리는 장관들

  • 입력 1997년 7월 4일 20시 01분


陳稔(진념)노동부장관이 지난 5월초 자신있게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외국인근로자 고용허가제가 빛을 보지못할지도 모른다. 진장관은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슬그머니 이 제도의 도입보류 사실을 전했다. 이 제도는 지난 2개월간 수많은 중소기업인들을 대규모 반대시위에 끌어낸 문제거리였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고용허가제 지지 농성을 벌이는 등 격렬한 찬반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간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 진작부터 재정경제원과 노동부는 「찬성」, 통상산업부와 중소기업청 등은 「반대」로 편이 갈라졌지만 청와대나 총리실 어느쪽도 조정역할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부처간의 논쟁은 항상 다람쥐 쳇바퀴처럼 겉돌기만 했고 형식적인 공청회를 한번 연 뒤엔 아예 서로 토론하는 것조차 귀찮은지 언론플레이에만 골몰했다. 게다가 처음엔 고용허가제를 강력히 추진하는듯 했던 재경원측의 태도가 달라졌다. 재경원측은 금융개혁이라는 초대형 이슈가 터지자 「어떻게 하면 고용허가제를 조용하게 덮을까」만 궁리하는 듯 비춰지고 있다. 진장관도 최근 경제부처장관 모임에서 『姜慶植(강경식)부총리가 금융개혁이라는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으니 전선(戰線)을 더이상 확대하지 않는게 좋겠다』며 스스로 꼬리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진장관은 기자들에게 고용허가제 보류방침을 밝히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겠다. 장관직을 걸만한 문제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외국인근로자 문제가 노동법개정이나 금융개혁처럼 비중있는 사안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인력난, 수십만 외국인근로자의 인권 등이 걸려있는 문제다. 결국 정권말기 몸사리기에만 골몰해 있는 고위공직자들 때문에 시시각각 곪아가고 있는 외국인근로자 문제는 아무런 성과없이 원점으로 돌아가버렸다. 이기홍(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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