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부터 8박9일간 유엔과 멕시코 순방에 나선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수행 취재하면서 절감한 것은 세계가 「총성없는 경제전쟁」에 돌입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김대통령이 이번에 만난 8개국 정상 중 미국 일본과의 회담을 제외하고는 전적으로 경제적 관심사가 주된 의제였다.
특히 김대통령을 맞는 멕시코측의 태도는 극진했다. 멕시코측은 통상 외국정상의 방문시 주로 대통령궁에서 정상회담을 해왔으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관저에서 김대통령과 만나는 등 「국빈중의 국빈」 대접을 했다.
외국정상 환영식과 정상회담을 관저에서 가진 것은 지난 94년 에르네스토 세디요 대통령 취임 이후 멕시코의 「종주국」인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국왕과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뿐이라는 게 멕시코측 설명. 그 원인이 한국의 대(對)멕시코 투자확대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28일 멕시코 무역협회주최 오찬에서도 멕시코 관계자들은 지루하리 만큼 「투자거점」으로서의 멕시코의 이점을 설명하며 한국기업들의 투자확대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에 앞서 뉴욕에서 열린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 로마노 프로디 이탈리아 총리 등과의 회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블레어 총리를 비롯, 각국 정상들은 입을 모은 듯 『한국의 기적적인 경제발전은 개도국의 모델』 『한국인의 경제발전은 근면성과 교육 때문』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같은 「수사」에 이어 투자확대와 자국상품에 대한 세일즈가 이어졌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올 연초까지만 해도 「통화대란(大亂)」으로 『자칫 한국경제가 페소화 위기를 겪었던 멕시코의 재판이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상황을 기억하는 기자로서는 이같은 칭찬이 낯간지럽기만 했다.
아직도 넘쳐나는 과소비에 근로윤리의 실종, 기업들의 경쟁력상실…. 여기다 걸핏하면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뒤엎는 우리 현실 때문이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지금 세계가 치열한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의 정치판은 「나라를 어떻게 이끌고 가겠다」는 비전 제시보다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세몰이」니 「합종연횡」이니 하는 권력게임에만 몰두해있으니 말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이동관기자〈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