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자기자신과 경쟁하라

  • 입력 1997년 6월 27일 07시 18분


두 돌된 아기 두 명이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남자아이가 홱 장난감을 잡아챘다. 여자아이는 장난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울었다. 여자아이의 엄마가 『왜 빼앗니』라고 소리쳤다. 남자아이의 엄마는 『갖고 놀다 주면 될 거 아녜요』라고 맞받았다. 그러자 여자아이의 엄마는 『우리 아이가 먼저 가지고 놀았으니까 줘』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남자아이 엄마는 『아들도 못낳은 주제에 무슨 잔소리가 많아』라고 하였다. 서로 현관문을 마주보며 사는 이 두 엄마는 아기들 앞에서 소리소리 지르며 싸우게 되었다. 자기 자식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인 정을 주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에는 서보지 않는 가족이기주의를 엿볼 수 있다. 아이들간에 싸움이 일어나면 그 싸움의 원인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파악해 교육의 기회로 삼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상대편 아이에게 이기라고 가르친다. 시험을 치른 후에도 『네 옆의 아이는 몇 점인데』 『반장은』하며 비교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은연중 다른 사람과의 경쟁을 지상 목표로 삼게 된다. 쓸데없는 일까지도 남과 비교하면서 끊임없이 경쟁하려 든다. 그 결과 정서 인식하기, 정서 통제하기, 동기화 공감하기, 다른 사람과 원만하게 지내기 등 EQ를 배울 기회를 놓친다. 경쟁은 필요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경쟁이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 필요하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잘해보아야지』 『열심히 했는데 잘 안되었네. 다시 해 보아야지』 『저 애는 열심히 해서 결과가 좋은 거야』하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노력하되 남의 노력도 인정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면서도 EQ를 기를 수 있는 길이다.이원영(중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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