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내년예산 超긴축으로

  • 입력 1997년 6월 26일 19시 47분


내년 예산을 올보다 9%가량 늘리려던 당초 방침을 바꿔 6∼7%선으로 낮추기로 한 정부의 긴축방향은 옳다. 불황으로 금년 세금징수액이 목표보다 4조원가량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경제의 거품을 빼고 안정기조를 정착시키기 위해 재정긴축은 불가피하다. 정부의 예산편성이 본격화됐고 이어 당정협의가 시작된다. 분야별 예산을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낭비요인을 최소화, 감량 내핍에 정부가 솔선하려면 초(超)긴축예산을 짜야 한다. 예산을 동결한다는 결연한 의지로 예산편성에 임할 필요가 있다. 세수(稅收)부진이 아니라도 재정긴축은 절실하다. 오늘의 경제난은 기본적으로 정부 기업 가계의 과도한 지출과 이에 따른 거품에서 비롯됐다. 버는 것보다 쓰는 게 훨씬 많으면 그 차액이 경상수지적자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국가경쟁력이 약화되고 고(高)비용 저(低)효율경제구조를 초래했다. 경제가 활력을 찾으려면 근로자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근검절약해야 하며 기업은 감량경영을 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긴축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나라살림을 빡빡하게 짜면 각계의 고통과 불만이 수반된다. 이를 최소화하려면 합리적인 예산조정이 요구된다. 한번 짜여진 예산에 매년 몇%씩 늘리는 타성적인 예산편성방식에서 벗어나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사업은 과감히 미룰 필요가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목표를 정해놓고 예산을 배정해온 농어촌 및 교육부문 사업도 효율성을 다시 검증해 예산을 조정해야 한다. 동시다발적으로 벌여놓은 사회간접자본(SOC)투자도 재점검, 급한 것부터 집중투자해 예산의 능률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다. 실제 집행할 수 없는 분야에 수천억원의 예산을 배정하는가 하면 문민정부 출범후 공무원이 5만8천여명이나 늘어 작은정부와 역행하는 등 정부운영에 낭비요인이 수없이 많다. 올해 방위예산 증가율을 당초 9%로 잡았다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12%로 높였던 것 같은 주먹구구식 예산편성 행태도 바로잡아야 한다. 일본이 내년 예산증가율을 마이너스로 편성하기 위해 공무원봉급과 국회의원세비를 동결하고 방위비를 감축키로 한 것은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는 긴축예산을 편성키로하면서 세입(歲入)을 늘리기 위해 내년에 교통세를 인상하고 근로자에 대한 추가 세금경감 혜택을 주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그러나 임금을 자제해가며 고통분담에 동참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부담을 늘리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손쉽게 세금을 올려 재원을 확보하기에 앞서 불로소득자나 상대적으로 세금부담이 적은 계층에 대한 과세를 철저히 해 공평과세와 동시에 세수를 늘리는 징세(徵稅)행정의 선진화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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