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진통/현장의 사람들]재경원 전병조 사무관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금융개혁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의 논란 반발 진통이 만만찮은 가운데 변화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부산하다. 재정경제원 한국은행 시중은행 증권사 기업 등의 관계자와 금융소비자들이 체험중인 금융개혁의 현장을 들여다본다.》 지난 23일 월요일 오전 8시. 과천 정부 제2종합청사 1동 6층에 있는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 중앙은행제도를 맡고 있는 田炳祚(전병조·34)사무관은 사무실에 들어서면서 한차례 심호흡을 한 뒤 자리에 앉았다. 금융개혁위원회가 중앙은행제도 및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을 전격 발표하던 지난 5월24일 이후 전사무관은 지금까지 하루평균 3시간밖에 자지 못했다. 1주일에 두세번 짬을 내 옷갈아 입으려고 집에 들어가는 것을 제외하곤 한달째 사무실에서 먹고자는 일을 반복해왔다. 먼저 전날 뒤적이던 금융감독법 분쟁조정절차 초안을 꺼내들었다. 은행감독원법 증권감독원법 보험감독원법 등 각 개별법에 흩어져 있는 관련조항을 다시 검토하기 시작했다. 3개 감독법마다 조정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로 조정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조금 뒤 과장주재 회의. 금융개혁 후속법률작업의 진행상황을 점검하고 상충되는 조항을 조정했다. 3시간여의 회의가 끝난 뒤 과장의 지시를 받아 주무 서기관과 다시 논의하고 법제처에 관련사항을 문의하다 보니 점심시간. 도시락으로 점심을 급하게 때운 뒤 커피 한잔과 담배 한개비로 잠시 여유를 찾았다. 당초 재경원의 주장은 금융감독기능을 하나로 통합하고 통합기구를 재경원산하에 두는 것. 중앙은행 독립도 재경원차관의 금융통화위원회 참석으로 정부와 연결장치를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들 부분은 수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최종안이 마련되는 과정에서 실무자의 1차검토와 과장 주재회의, 금융정책실장 주재회의, 장관 주재회의를 통해 수십번의 첨삭을 거친 만큼 더이상 문제를 제기할 생각은 없다. 오후 2시경 실장주재회의가 시작됐다. 보고하고 검토지시를 받아 다시 법안을 짜다보니 어느덧 오후 8시. 주변식당에서 시켜온 설렁탕으로 저녁을 먹고 과원들과 가벼운 토론기회를 가졌다. 「한국은행의 반발은 조직원으로서 이해되는 측면도 있지만 한은총재가 합의한 만큼 직원들도 수용하는게 바람직하다」 「자본시장 개방에 대비, 통화 환율 재정정책의 조합이 긴밀하고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이다」는 얘기들이 오갔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를 거쳐 지난 86년부터 공직에 입문한지 10년. 수많은 공무원들이 매달린 금융개혁작업이 또다시 물거품이 돼버린다면…. 나름대로 재경원도 손해본 안을 내놓았지만 한은의 반발이 영 걸린다. 아무튼 지금 같은 작업속도라면 임시국회까지 관련법률을 입안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전사무관은 사무실 구석에 잠자리를 폈다. 24일 오전2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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