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6·25발발때 백두산함 갑판사관 최영섭씨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개전초기 지상전에서 북한군에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상황에서 대규모 게릴라들이 부산에 상륙, 후방을 교란했다면 전쟁양상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끔찍합니다』 지난 50년 6.25전쟁 발발 당일 부산 동북쪽 55㎞ 지점에서 6백여명의 특수전 병력을 싣고 침투하던 북한의 1천t급 수송선을 격침한 해군 백두산함(PC701함)의 갑판사관 崔榮燮(최영섭·70·당시 소위·사진)예비역대령은 당시 전투상황을 이렇게 회고했다. 백두산함은 전쟁발발 직전인 4월 중순 해군장병들의 성금 6만달러로 미국에서 구입한 해군 최초의 전투함(600t급)이다. 『상부에서 알려주지 않아 전쟁이 난 것도 몰랐습니다. 백두산함이 진해에 정박해 있던 24일 밤 당직을 섰는데 25일 오전 8시경 진해 통제부 사령관이 동해안에 이상한 배가 항해중이니 출동하라는 거예요』 백두산함은 작전명령에 따라 승조원 41명과 함께 오후 3시경 출항했다. 탄약이라고는 3인치 직사포탄 1백발이 전부였다. 밤 8시12분경 부산 동북쪽 55㎞ 지점의 수평선에 국기를 게양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선박이 나타났다. 함상에 대포와 기관포가 장착돼 있고 누런 군복차림의 무장병사들이 가득차 있었다. 교전이 시작됐다. 20여분만에 백두산함의 직사포가 기관실을 명중시켰는지 적함정이 움직이지 못하면서 점차 기울어졌다. 백두산함도 적함포에 조타실이 맞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중상당한 수병에게 적함정이 침몰중이라고 알려주었더니 「만세」를 외치면서 숨을 거뒀습니다. 백두산함의 전승은 전쟁초기 유일한 아군의 승리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해군 3함대사령부는 25일 오후 부산 중구 대청공원에서 생존 함승조원 16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한해협 전승 47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황유성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