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필씨의 보수 깃발

  • 입력 1997년 6월 24일 19시 52분


金鍾泌(김종필)씨가 어제 자민련 전당대회에서 제15대 대통령후보로 선출됐다. 김씨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2000년 15대 국회 임기안에 내각제개헌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에 온힘을 기울이며 보수대연합에도 적극 나서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마디로 자력으로는 승리가 어렵다는 얘기다. 5.16쿠데타로 정치를 시작한 김씨에겐 정치인으로서 긍정과 함께 부정적인 측면도 많다. 4.19혁명으로 탄생한 내각제 정부를 무너뜨린 그가 이제 와서 내각제를 강력히 주장하는 것도 역설적(逆說的)이다. 특히 63년 공화당 창당무렵의 4대 의혹사건 관련부분이나 79년 10.26사태 이후의 부정축재 의혹 등은 돈안쓰는 깨끗한 정치를 열망하는 요즘의 분위기와 동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현정부의 실정과 경제난에 대한 반작용이 朴正熙(박정희)정권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김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씨가 철저한 안보태세 확립과 경제부흥을 주장하는 것도 그런 보수세력의 결집을 겨냥한 것이란 풀이들이다. 그의 보수연합은 또 여당의 대선후보 경선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전한다. 야당후보 단일화를 논의하면서 다른 한편 여당일부와 연대를 모색하는 줄타기 정치를 통해 실리를 얻으려 한다는 지적이다. 만약 그렇다면 내각제를 매개로 차기정권에서의 지분 챙기기를 공론화하겠다는 얘기와 같다. 이번으로 두번째 대선에 도전하는 김씨는 총리 등 요직을 두루 거쳐 행정경험을 갖추었고 정치적 기반도 비교적 튼튼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런 경륜을 바탕으로 어떻게 당내의 이질적 목소리를 통합하며 자신의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꿔나가느냐가 김씨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다. 김씨는 원내 제3당의 대통령후보답게 정정당당하게 선거전에 나서기 바란다. 내각제 공약은 좋지만 그것을 정략적 담합의 도구로 쓰는 것은 옳지않다. 무엇보다 돈 덜쓰는 깨끗한 선거가 되도록 앞장서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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