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축구 정말 해도 너무했다

  • 입력 1997년 6월 23일 20시 04분


세계 축구무대에서 한국대표팀에는 「붉은 악마」라는 별명이 따라 다닌다. 상대팀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투지와 강인한 정신력을 높이 평가한 데서 나온 말이다. 세계 정상의 월드컵축구에서도 우리 팀은 절대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나 엊그제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리 청소년대표팀이 세계 최강 브라질과 만나 보여준 경기내용은 정반대였다. 전반 19분 첫 실점이후 우리 선수들은 우왕좌왕하며 순식간에 무너졌다. 싸우고자 하는 투지는 실종됐고 쓸데없는 반칙을 남발했다. 종반에 이르자 아예 경기를 포기하는 분위기였다. 결과는 3 대 10이라는 치욕적인 패배였다.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지더라도 최선을 다하는 자세다. 그러잖아도 우리 청소년들이 갈수록 나약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이번 패배가 그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이번 청소년대표팀 선수들은 나이로 보아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의 주역이다. 하지만 이날 경기와 같은 안이한 정신자세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천문학적 규모의 돈을 들여 월드컵을 개최하면서 안방에서까지 망신당하는 꼴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어처구니없는 이번 패배를 축구인 모두가 뼈를 깎는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우리 축구는 저변이 크게 취약한데다 꿈나무 육성 등 미래에 대한 대비책도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번 참패는 당연한 결과일지 모른다. 국내 팬들도 축구에 좀더 관심을 보일 때다. 국제대회에 대한 열기는 높아도 국내 축구경기는 관중석이 대부분 비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장기적인 축구발전은 물론 국가적 대사(大事)인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도 기대하기 힘들다. 축구인들은 분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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