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1)

  • 입력 1997년 6월 14일 07시 44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64〉 일단 섬으로 되돌아갔던 루흐는 잠시 후 되돌아오더니 분주히 배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게다가 그때 놈들은 커다란 바위를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섬으로 되돌아갔던 놈들은 산에서 그 바위를 옮겨왔던 것입니다. 한참 동안 배 주위를 맴돌고 있던 수놈 루흐는 마침내 움켜쥐고 있던 바위를 우리 머리 위로 떨어뜨렸습니다. 그러나 때마침 선장이 뱃머리를 돌려버렸기 때문에 배는 떨어지는 바위를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습니다. 바위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바다 위에 떨어지더니 맹렬한 기세로 가라앉았습니다. 그 바람에 배는 크게 흔들리면서 곤두박혔습니다. 그 순간 시퍼런 바다밑바닥이 눈 앞에 확 나타났다가 사라졌습니다. 우리의 배가 바위를 피해나가는 것을 보자 이번에는 암놈 루흐가 전보다 더 큰 바위를 떨어뜨렸습니다. 그러자 그것이 운명이었던지, 바위는 공교롭게도 배의 고물에 맞았습니다. 배의 고물쪽은 눈깜박할 사이에 박살이 나고 거대한 선체는 술에 취하기라도 한 것처럼 몇 차례 비틀거리더니 사람과 짐을 실은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순간이었습니다. 배가 바다로 가라앉을 때 나는 바다에 내동댕이쳐졌습니다. 그 순간 나는 필사적으로 허우적거렸습니다. 이젠 정말 끝장이로구나 하는 순간 다행히도 알라께서는 내 눈 앞에 널빤지 하나를 던져주셨습니다. 나는 그 널빤지 위로 기어올라가 두 다리로 물을 저었습니다. 정말이지 그때 나는 마음 속으로 맹세하였습니다. 이번에 다시 한번 알라께서 살려주시기만 한다면 다시는 이런 위험한 항해에는 나서지 않으리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다행한 일은 사고를 당한 지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작은 섬이 하나 떠 있었습니다. 나는 사흘밤 사흘낮을 바람과 파도와 싸운 끝에 마침내 그 섬의 모래톱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오랜 신고 끝이라 나는 기진맥진하여 금방이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은 상태였습니다. 뭍으로 올라갔을 때는 정말이지 나는 배고픔과 갈증, 불면과 피로로 인하여 살았다기 보다 죽은 것에 가까웠습니다. 나는 모래톱에 엎드려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하고 있으려니까 피로가 풀리면서 어느 정도 기운이 되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서야 나는 일어나 섬을 둘러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내가 당도한 그 섬은 천국의 정원이 아닐까 싶을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빼곡하게 들어찬 싱싱한 나무들은 가지마다 노랗게 익은 과일들을 가득히 달고 있었고, 시냇물은 더없이 맑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다투어 핀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자랑하고 있었고, 즐거운 새들은 고운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아름다운 섬을 둘러보고 있으려니까 나는 배와 짐과 사람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혼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불행한 처지도 어느 정도 잊어버릴 수 있었습니다. 나는 과일을 따 배불리 먹고, 맑은 시냇물로 갈증을 풀었습니다. 과일은 더없이 달고 향기로웠으며 시냇물은 시원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배를 채우고 목을 축인 다음에서야 나는 이 아름다운 섬을 창조하시고 나를 이 섬으로 인도하신 최고 지상이신 알라께 감사를 드리고 그분의 영광을 찬양하였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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