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속철 시행착오 언제까지…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경부고속철도의 사업비와 완공시기가 또 대폭 수정되리라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경부고속철(高速鐵) 건설사업 재조정작업을 벌여온 교통개발연구원이 최근 총 사업비를 18조4천억원으로 재조정하고 개통시기도 2002년에서 2004년으로 2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중간보고서를 정부에 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교통개발연구원 보고대로라면 경부고속철도 총 사업비는 당초 규모의 3배, 93년 1차 수정 때보다 또 70%나 늘어나고 완공시기도 당초 1998년에서 6년이나 늦어지게 되는 셈이다. 건설계획이 처음 발표된 지 불과 7년 사이 벌써 두번째로 사업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면 당초 계획이 엉터리였던 것은 묻어 두더라도 완공이 되기는 될 것인지 걱정이다. 총사업비 18조4천억원은 막대한 돈이다. 그렇게 비싼 고속철을 갖게 되었다는 것도 문제지만 아직도 건설사업이 전구간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있어 이번 수정이 마지막이라는 보장도 없다. 뿐만 아니라 일부에서는 고속철도 사업자체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심지어 철도청 등은 대전에서 부산까지 구간은 기존 철도를 전철화해 대체노선으로 활용하자는 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대구와 대전역 지하화안에 대해서도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들이면서 어중간한 고속철도를 갖게 될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그러나 일단 시작한 사업이다. 물류비를 줄이려면 다른 방법이 없다는 판단 아래 결정한 사업이다. 그동안의 투자비도 적지 않으며 이미 프랑스에서 열차도 제작하고 있는 단계다. 이제 와서 경부고속철도 건설사업의 기본골격을 바꾼다는 것은 곤란하다. 투자비 계산에서부터 노선설계와 시공기술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가 되풀이 되었지만 그 과정을 거치면서 문제점이 드러날 만큼 드러난 마당이다. 그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면 된다. 건설을 시작한 이상 당초 구상대로 서울과 부산을 2시간대에 주파할 수 있는 온전한 고속철도를 완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번 기회에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완벽한 계획과 강력한 추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에 수정하는 사업계획을 또 수정하게 되어서는 신뢰를 잃는다. 공기가 늦어지면 늦어지는 만큼 자재비와 인건비 토지보상비 등이 올라 총 사업비가 또 늘 수밖에 없다. 정치적 이유나 지역이해에 밀려 노선이 또 변경되고 그에 따라 공기가 늦어지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시공한 구간의 안전결함 보완은 물론 앞으로 시공하는 구간에서는 시행착오가 없도록 기술지도 감리체계도 이번에 완벽하게 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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