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백화점에서 일하게 된 윤호 엄마가 아이를 유치원 종일반에 맡기면서 한 첫마디는 『선생님, 우리 아이는 그동안 영재프로그램 한글공부 수학학습지를 했어요. 참, 영어도 할 줄 알아요』였다. 윤호는 엄마가 간 후 한동안 눈치를 보았다. 선생님은 엄마와 달리 『공부해라』 하는 대신 재미있게 놀게 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것을 안 순간부터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윤호는 다른 어린이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동화를 듣거나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책상 위로 기어올라가거나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등 다른 어린이들을 방해했다. 사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매일 직장에 출근하지 않는 엄마의 자녀 중에도 윤호와 같이 사회성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유치원 선생님들은 자식 키우기가 엄마의 삶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주부들이 많아지고 있고 또 자녀를 소위 전문가(?)에게 맡겨 공부만 시키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같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런 어머니들일 수록 조기 교육을 아주 어린 연령부터 시키고 있고 받게 하는 과외종류도 많은 편이라고 한다. 아이들은 한글 천자문 영어를 공부하고 더하기 빼기도 할 수 있지만(개념까지 파악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사람 사귀는 기술을 터득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식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최근 뇌생리학자들이 감정에 반응하는 능력은 출생시부터 3세 이전에 형성되어 각인되고 공감능력은 두 돌이 지날 즈음부터 형성되기 때문에 어린 시절에는 IQ보다 EQ를 먼저 길러주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원영(중앙대교수·유아교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