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410)

  • 입력 1997년 6월 13일 08시 30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63〉 뭍으로 올라간 사람들은 처음 한동안은 모래에 반쯤 파묻혀 있는 그 둥근 지붕을 그저 관찰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봐도 그것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게 되자 마침내 돌로 두드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두들겨대고 있는 것은 루흐(大鵬)의 알이었습니다. 나는 두번째 항해에서 이미 그런 것을 본 적이 있지만 선원들과 상인들 중에는 아무도 그것을 본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그것이 무엇인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던 것입니다. 얼마 동안 돌로 두들겨대자 마침내 알은 깨지고 그 속에 들어 있던 엄청난양의물이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리고 루흐의 병아리도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것이 큰 새의 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짓궂은 사람들은 그것으로도 모자랐던지 황소만큼이나 큰 병아리를 알에서 끌어내 멱을 따버린 다음 몸을 난도질해 버렸습니다. 나는 배 안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저질러 버린 일을 그때까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선원 한 사람이 달려와 나에게 말했습니다. 『나리, 뭍으로 올라가보세요. 세상에 희한한 일도 다 있답니다. 둥근 지붕으로 알았던 것이 새의 알이지 뭡니까? 그 알을 깨뜨렸는데 거기서 쏟아진 물로 홍수가 난 것 같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갑판 위로 달려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보니 상인들은 한창 또 다른 알을 향하여 돌을 던지는 참이었습니다. 나는 그들을 향하여 다급하게 외쳤습니다. 『그만들 두시오, 그만들 둬! 그 알을 건드리면 루흐라는 새가 와서 배를 부숴버리고 우리는 누구 한 사람 살아남지 못할 거요』 그러나 사람들은 내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연방 돌을 던져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습니다. 갑자기 먹구름이 끼기라도 한 듯 사방이 캄캄해졌습니다. 깜짝 놀라 하늘을 쳐다보니 태양 빛을 가릴 만큼 거대한 루흐가 날아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루흐는 알이 깨진 것을 보자 소리 높여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걸 보자 상인들은 파랗게 질린 얼굴들이 되어 배로 달려왔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에는 또 한마리의 루흐가 날아왔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수컷인 것 같았습니다. 두 마리의 거대한 새는 한데 어울려 무시무시한 소리로 울어대면서 배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래도 심상찮은 일이 닥칠 것 같아 나는 선장과 선원들을 향하여 소리쳤습니다. 『빨리 빨리 닻을 올려라!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여기서 도망쳐야 한다!』 선원들은 닻줄을 감아 올리고 황급히 배를 바다로 내몰았습니다. 배가 바다로 나아가자 두 마리의 거대한 새는 미친듯이 배주위를 맴돌며 소리를 질러댔습니다. 새들이 날갯짓을 할 때마다 일으키는 바람으로 배는 금방이라도 뒤집힐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배가 뒤집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자 새들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섬으로 날아가버렸습니다. 새들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서야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러나 안심할 일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상황은 더욱 난처하게 되고 말았으니까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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