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다 죽습니다.국산의 명예 회복을 위해 뛰겠습니다』
올해 초 국내 화장품 업계가 출범시킨 대한화장품공업협회 홍보위원회의 초대 위원장 金德祿(김덕록)나드리 화장품 사장.
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한숨부터 내쉬었다.
『지난해 우리가 수출한 화장품은 3천1백만달러 어치에 불과하지만 수입은 9배가 넘는 2억8천5백만달러에 이릅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국내 업계가 수입 화장품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해온 탓이 큽니다』
10여년 전부터 방문판매로 대표되던 화장품 유통이 할인판매점 중심으로 바뀌면서 가격인하 이외에는 별 노력을 하지 않던 업계의 「나태」가 결국 「국산은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심어 외제가 파고들 여지를 스스로 만들어줬다는 반성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내 시장의 80∼90%를 외제에 빼앗긴 대만의 재판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김사장을 비롯한 업계 대표들에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힘을 합쳐야 산다는 이구동성이 나오면서 협회 산하에 홍보위원회를 출범시킨 것.
홍보위원회는 우선 국산 화장품의 품질홍보부터 시작했다. 외제에 결코 뒤지지 않는 품질이면서도 홀대받는 국산을 제대로 인식시키자는 것.
김사장이 취임 첫 사업으로 지난달 21일 조선호텔에서 「한국인 피부에 맞는 국산 화장품」이라는 주제로 설명회를 가진 것이 그 하나.
업계는 이날 행사에서 『국산 화장품의 자극도는 외제의 절반도 안되는 반면 보습력은 2배에 달해 피부가 얇고 건성인 한국인에 적합하다』며 「신토불이(身土不二)」를 강조했다.
김사장은 또 한달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1일부터 본격 시행될 오픈프라이스제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제조업자가 직접 권장소비자 가격을 인쇄하는 종전 제도에서 전환, 판매업자가 가격을 정하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국산도 제값을 받게 돼 외제와 동등한 대접을 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그는 『위기에 처한 화장품업계의 단합을 위한 가교역할을 맡은 이상 같은 업계라도 화장품을 수입해 돈을 벌려는 회사를 공개적으로 망신 줄 생각』이라며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을 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허문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