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비상임이사진 가운데 일부 이사들이 정부 내정인사에 반발, 5일 열릴 예정이던 은행장후보 추천위원회가 무산됐다.
비상임이사 13명 중 7명은 이날 낮 서울시내 모처에서 회동, 정부가 내정한 洪世杓(홍세표)한미은행장을 후임 행장으로 추천키로 사전 조율한 뒤 오후 3시 외환은행 본점에 모여 나머지 이사들에게 이사회 참석을 종용했으나 결국 의결정족수(9명)를 채우지 못해 행추위가 무산됐다.
이날 낮 모임부터 불참한 일부 이사들은 『정부가 지명한 홍행장을 추천하면 비상임이사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金泰鎭(김태진·청구화공회장)비상임이사는 『정부방침을 수용키로 의견을 모았으나 일부 이사들은 연락이 두절돼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행추위는 오는 9일 오후 5시로 연기됐다.
한보사태로 사퇴의사를 밝힌 張明善(장명선)외환은행장은 이날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했으며 朴俊晥(박준환)전무가 이날부터 은행장 직무를 대행했다.
산업은행은 신임 金英泰(김영태)총재가 「내부인사의 총재 임명」을 주장하는 노동조합의 제지로 이틀째 집무실에 출근하지 못했다.
김총재는 5일 오전 9시10분경 산은 본점에 나왔으나 노조간부들이 회전문을 막고 현관 로비 진입을 저지하는 바람에 약 30분간 기다리다가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산업은행전산센터로 출근했다.
또 전국금융노련은 다음주중 과천 제2종합청사 앞에서 대규모 규탄집회를 갖기로 해 정부의 인사개입 파문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한편 정부로부터 사퇴압력을 받아온 張滿花(장만화)서울은행장이 5일 사의를 표명했다.
장행장은 이날 오전 열린 서울은행 이사회에서 『은행장직무대행으로 재임하는 동안 한보철강에 거액의 일시대출을 해준데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장행장은 지난 4일 오전까지는 『정부로부터 직접적인 사임요청을 받은 적이 없으며 지금 그만두기에는 은행사정상 여러가지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었다.
서울은행은 장행장이 사임의사를 밝힘에 따라 表錞基(표순기)전무를 직무대행으로 임명한 뒤 비상임이사회와 주주총회 등을 열어 후임행장을 선임할 예정이다. 정부는 장행장의 후임으로 崔然宗(최연종)한국은행부총재를 밀고 있다.
〈이강운·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