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趙淳시장의 정치력

  • 입력 1997년 5월 26일 20시 24분


한마디로 말해 민선 시도지사는 「정치와 행정」을 함께 해야 한다. 민선 시도지사가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예스러운 칭호인 도백이 오히려 걸맞을 것이다. 70년대 이후 미국에서는 카터 레이건 클린턴 등이 주지사를 거쳐 백악관으로 입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주지사 재임 시절 화려한 정치와 행정,그리고 대중적 인기를 통해 자질을 입증했었다. 趙淳(조순)서울시장은 2년전 「6.27」선거를 통해 모처럼 민선시장으로 「중앙 정치무대」에 등장했다. 당시 전체 유권자 4분의1 이상이 참가한 서울시장선거에서 압승한 그를 놓고 「차기 대선후보」로 염두에 두는 모습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 버스料정책서 「한계」 노출 ▼ 조시장은 당선 인터뷰에서 『서울의 발전과 개혁을 바라는 시민들의 열망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선언했다. 그는 교통종합센터를 설치, 교통난을 해소하고 부정부패는 꼭 추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함께 서울의 환경 녹지 교통 세제 인사 등에 대한 개혁을 다짐했다. 조시장은 이런 과제들을 해결하는 대안은 역시 「비용」이라는데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4조9천억원이나 되는 부채를 안고 있는 서울시가 내국세의 40%를 감당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 양여금을 가능한 한 많이 타내는 것이라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한동안 조시장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만나 지자체의 재정 능력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일에 적극성을 보였었다. 그러나 조시장은 그이상의 정치력을 과시하지는 못했다.김대통령을 설득시키는 일에 대해 끈질기지 못했다.국회와 서울시의회를 상대로 한 그의 활동은 미약했다는 평이다. 시민들과의 대화에서도 「힘이 있고 신뢰를 심어주는」 정치력을 보인 사례는 드물었다. 지난주 기습적으로 발표한 시내버스 요금인상은 「조시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버스요금문제는 그가 취임초 다짐했던 교통대책과 부정부패 추방이라는 두가지 과제가 담긴 사안이었다. 지난해 10월 버스노선 조정과 관련, 교통관리실 간부들이 대거 구속돼 시민들의 분노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 기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있다. 당시 시민들은 『버스회사가 거액의 뇌물을 줄 여유가 있는데도 적자타령이냐』고 거세게 항의하지 않았던가. 서울시도 이에 굴복, 『운송원가나 수입금 조작사실이 확인되면 요금을 인상전(3백40원)으로 환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7개월이 지난뒤 요금은 4백30원으로 인상됐다.운송원가에 대한 납득할만한 실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버스노선별 수지를 따진 뒤 보조금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외면한 채 요금을 일률적으로 인상한 것은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됐다는 비난들이다. 성수대교붕괴사고 이후 시민들 사이에 「안전」은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삼풍백화점붕괴참사, 한진아파트축대붕괴 등 사고는 잇따랐고 서울시지하철의 사고는 심심찮게 터졌다. 안전사고에 관한한 민선시대에 들어서도 개선되는 징후가 나타나지 않았다. ▼ 안전사고 대책 개선안돼 ▼ 현장과 대화를 외면한 시정은 자치(自治)가 아닌 관치(官治)다. 지방자치화시대 서울시장 자리는 「자치의 꽃」이다. 조시장은 자치를 시민사회에 뿌리내리는 업적으로 자연스럽게 대선후보 대열에 합류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조시장은 지난달 독일 방문 때 「나무는 고요히 있으려 하나 바람이 가만히 놔두질 않는다」(樹欲靜而風不止)라고 운을 떼는 등 대선 출마에의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풍부지」(風不止) 상황이 되기 위해서는 야권이 아닌 시민들 사이에 『조시장이 대통령감』이라는 말이 나와야 하지않겠는가. 장병수(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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