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90)

  • 입력 1997년 5월 22일 08시 09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 〈43〉 내가 바로 뱃사람 신바드라고 말하자 선장은 어안이 벙벙해진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러한 그를 향하여 나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선장님, 제 말을 잘 들어보십시오. 돌이켜보면 벌써 오래 전의 이야깁니다. 바그다드를 출발한 당신의 배는 오랜 항해 끝에 어느 낯선 섬에 다다랐습니다. 당신은 선원들과 승객들의 휴식을 위해 그 섬에서 닻을 내리게 했습니다. 그 섬이 바로 루흐의 섬이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모르고 사람들은 배에서 내려 저마다 휴식을 취했습니다. 뱃사람 신바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뭍으로 올라가 저만치 후미진 나무그늘에 자리를 잡고 가지고 온 음식을 먹기도 하고 바람을 쐬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던 끝에 그는 선선한 바람을 받으며 그만 잠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거니와 배는 이미 멀리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가엾은 상인은 그뒤 그 무인도를 벗어나기 위하여 루흐의 다리에 자신의 몸을 묶었습니다. 루흐는 공교롭게도 그를 다이아몬드 골짜기로 옮겨놓게 됩니다. 구렁이와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그 골짜기에서 그는 다이아몬드를 채취하는 상인들이 던져놓은 고깃덩어리를 이용하여 빠져나옵니다. 그리고 그 상인들의 도움으로 뱃사람 신바드는 고향 바그다드로 돌아가게 됩니다. 루흐의 섬에서 행방불명이 된 뱃사람 신바드, 제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러니 이 짐짝들은 알고보면 바로 나의 것입니다』 선장을 상대로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상인들이며 선원들이 우리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내 이야기를 믿는 사람도 있었지만 믿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인 중 한 사람이 앞으로 나오면서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오, 저는 이분을 압니다. 이분은 세상에 둘도 없을만큼 귀중하고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내게 준 적이 있습니다. 나는 구렁이들의 계곡에 고깃덩어리를 던져 다이아몬드를 채취하는 사람인데, 언젠가 이분은 내가 던진 고깃덩어리에 매달려 올라왔습니다. 그리고는 내가 도저히 손에 넣을 수 없는 굉장한 다이아몬드를 주었단 말입니다. 그후 저는 이분과 동행하여 바소라까지 갔습니다. 거기서 작별을 했습니다만 이분의 이름은 뱃사람 신바드입니다. 뜻밖에도 이분을 여기로 보내어 저와 재회하게 하여주신 알라께 저는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상인은 그러고보니 두번째 항해에서 만난 그 다이아몬드 상인이었습니다.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난 선장은 내 신분을 좀더 확인해보기 위하여 이것저것 캐물었습니다. 나는 있는대로 모두 털어놓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물어보겠는데, 당신의 짐짝에는 어떤 표시를 해두었지요?』 선장이 이렇게 묻자 나는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내 짐짝을 다른 사람들의 짐짝과 구별하기 위하여 제 이름과 함께 종려나무 잎사귀를 그려놓았습니다』 그제서야 선장은 내가 뱃사람 신바드가 틀림없다고 판단한 듯 내 목을 그러안으며 말했습니다. 『오, 나리, 그러고 보니 당신은 뱃사람 신바드임에 틀림없군요. 당신이 살아계시다니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물건을 무사히 당신 손에 돌려드리게 해주신 알라께 감사드립니다』 <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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