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현미자/5·18묘지안 상인들추태 재현되지않길

  • 입력 1997년 5월 21일 08시 07분


5.18민주화운동 17주년을 맞아 생전 처음 18일 민주영령들이 잠든 5.18묘지를 찾았다. 5.18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돼 역사적인 자리매김이 돼가고 있고 사회기강을 뒤흔든 폭도세력으로 낙인찍혀 역사의 뒤안 길에 묻힐뻔한 숱한 넋들이 이제야 다소 위로를 받을 수 있을 듯해 한결 마음이 가벼웠다. 그런데 참배객들의 숙연한 마음가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입구에 줄지어선 상인들의 추태를 보고 한숨이 나왔다. 우스꽝스런 피에로 분장을 한 채 흥에 겨운듯 춤을 추는 상인, 흥겨운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상행위를 하는 사람 등 아무리 장삿속이라지만 때와 장소를 가릴줄 아는 분별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묘지 경내로 들어갔다. 그곳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짧은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젊은 여성들,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박장대소하며 떠드는 무리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나라의 민주화를 위해 맨손으로 싸우다 먼저 가신님들이 잠든 성스러운 곳인데…. 오열하는 유족들을 보기가 민망해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왔다. 다시는 이런 추태가 재현되지 않길 바라며 5월 민주 영령들의 명복을 빈다. 현미자(전남 여수시 둔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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