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公倫 게임심의위원 윤진현씨

  • 입력 1997년 5월 7일 08시 43분


25세. 보통 남자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할 나이에 국내 컴퓨터게임 업계를 통째로 쥐락펴락하는 사람이 있다. 공연윤리위원회 새영상심의실 尹炫鎭(윤현진·25)심의위원은 지난 91년 재수를 하면서 컴퓨터게임과 인연을 맺는다. 고2때부터 게임에 빠져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2년동안 모두 1천여종의 게임을 마스터한 그는 부모님이 주신 용돈을 게임을 사는 것 말고 다른 데 써본 기억이 없다. 같은 해 5월 대학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서울 청담동의 한 조그만 게임상점에 취직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기 시작했다. 게임잡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원고료로는 또 게임을 샀다. 『누구보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지금도 틈만 나면 그만두라고 하세요』 「컴퓨터게임〓놀이」라고 여기는 구세대들은 그럴 수밖에. 그러나 윤씨에게 게임은 곧 삶이다. 친구의 소개로 공연윤리 위원회에 들어 온지 1년 반. 그동안 윤씨의 손을 거쳐 등급을 받거나 판매금지된 게임은 줄잡아 1천여개. 심의신청이 들어오면 윤씨는 먼저 인터넷을 통해 그 게임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다. 슈팅게임은 단순하기 때문에 사전조사 없이 2시간 안에 마스터한다. 요즘 나오는 어드벤처나 시뮬레이션게임은 철저히 예습을 해도 한 달을 넘기기 일쑤다. 자신이 심의해야 하는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밤낮 없이 게임에 매달린다. 근무시간은 물론이고 퇴근해서도 잠이 들 때까지 게임을 한다. 휴일에도 온 종일 게임을 한다. 흔치 않은 여가시간에는 친구들을 만난다. 다들 게임전문가인 친구들과 만나면 또 게임 얘기를 한다. 『청소년 정서를 보호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는 그는 『그러나 어떤 사명감도 자신의 적성을 우선하지 않는다』는 신념이다. 윤씨의 장래 포부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차리는 것. 게임을 주로 개발하고 싶다. 『실험성 있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려면 미국이나 일본에 회사를 차려야겠지요. 국내에서는 실험정신을 발휘하면 돈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들이 너무 개성이 없어 구매 패턴도 단순하기 때문이죠』 윤씨는 올해 심의위원직을 그만둘 지도 모른다. 공륜의 대대적인 개편작업이 올해 안에 마무리되면서 재계약을 해야하기 때문. 재계약이 안 되면 창업을 할 계획인 그는 『게임만 있다면 무슨 일을 해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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