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성의 눈]진정한 야구인 박철순 만세

  • 입력 1997년 4월 28일 20시 24분


국내에 프로야구가 생긴 지도 어언 16년. 가장 뛰어난 선수를 한 명만 꼽으라면 과연 누구일까. 선동렬 최동원 장명부 장효조 김봉연에서부터 현역으로 뛰고 있는 이만수 김용수 장종훈 이종범 박재홍까지 그라운드를 화려하게 수놓은 수많은 스타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박철순만큼 팬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준 진정한 스타는 드물다. 유니폼을 입은 날에 비해 환자복을 입은 날이 결코 적지 않았던 우리의 「불사조」. 지난 83년 2월8일 대만 전지훈련중 허리부상으로 처음 쓰러진 그는 그해 9월22일 MBC와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송영운의 강습타구에 맞아 또다시 병원으로 실려갔다. 85년에는 2년전과 똑같은 날인 9월22일 대구에서 연습도중 허리통증으로 주저앉았고 88년 3월15일에는 CF촬영중 아킬레스건이 파열돼 또다시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이밖에도 십여차례의 크고 작은 부상에 짓눌렸다. 그러나 박철순은 그때마다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섰다. 마치 자신을 괴롭혀온 부상악령을 비웃기라도 하듯. 하도 안쓰러워 보여 2년전 필자는 『그 몸으로 더이상은무리다. 이젠 은퇴하는것이어떠냐』고 그에게 진심으로권유한적이 있다. 그러나 박철순은 『유니폼을 입고 공을 던질 때가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면서 『왜 주위에서 나의 행복을 뺏고 싶어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랬다. 프로통산 76승에 불과한 그가 최고의 선수로 불리는 이유는 바로 그랬다. 「산이 있어 산에 오른다」는 산사나이들처럼 그는 순수하게 야구 자체가 좋았고 더 이상은 바라지도 않았던 것이다. 만약 그때 『애들은 커가는데 벌어놓은 돈은 없다』는 식으로 말했더라면 필자는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기 위해서라도 그가 은퇴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이제 박철순은 29일 밤 선수로서의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지도자로 새 출발을 다짐하는 그의 앞날에 무한한 영광이 있기를 바란다. 하일성〈야구해설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