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65)

  • 입력 1997년 4월 26일 08시 16분


제8화 신바드의 모험〈18〉 아내의 말을 들은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습니다만 짐짓 말했습니다. 『아니, 여보.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내가 홀아비로 살아가다니, 나한테는 당신이 있소』 그러자 아내는 긴 한숨을 내쉬며 말했습니다. 『당신은 몰라서 그런 소릴 하시는 거예요? 언니가 죽었으니 형부를 홀아비로 둘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형부를 홀아비로 두는 처제의 죄만큼 무거운 죄는 없다는 옛말도 있잖아요. 만약 그렇게 하면 죽은 언니의 영혼이 저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소리쳤습니다.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요? 자기 남편은 홀아비 만들고 형부와 살겠다니? 게다가 당신 형부라는 작자가 어떤 사람이라는 걸 몰라서 그런 소릴 하는 거요? 그 작자는 오만방자하고 불손한데다가 밤낮 없이 술만 퍼마시고 아내를 때리는 그런 못된 사람이란말요. 처형이 죽은 것도 어쩌면 그 작자가 속을 썩여서 그렇게 되었는지도 모를 일이오』 내가 이렇게 소리치자 아내는 몹시 민망스럽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아무리 형부가 나쁜 사람이라고 해도 그렇지요. 언니가 죽었으니 제가 언니 대신 형부와 함께 살아야 하는 건 당연하잖아요. 그리고 제발 좀 작은 소리로 말씀하세요. 남이 들을까봐 겁이 나요』 아내가 이렇게 말하자 정말이지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내의 생각을 바꾸어놓는다는 것이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우리는 처형의 장례식이 치러질 때까지 삼일 동안은 함께 살 수 있었습니다. 그 삼일 동안 나는 아내를 달래 보기도 하고 윽박질러 보기도 하였습니다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울면서 이렇게 말했던 것입니다. 『당신이 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저도 알아요. 그리고 저도 당신을 사랑해요. 정말이지 당신과 함께 살면서 저는 너무나 행복했어요.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어요? 언니가 죽었으니 이젠 제가 언니 대신 형부의 아내가 되어주어야 하는 것이 인륜의 도인데요. 물론 형부는 성격이 난폭하여 언니에게 그렇게 했던 것처럼 저한테도 온갖 구박을 하겠지요. 그러나 어떻게 하겠어요? 그것이 제 운명이라면』 듣고 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소리쳤습니다. 『그게 당신 운명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 작작해요. 당신이 굳이 그 형부라는 작자한테 가겠다면 나는 그 자를 죽여버리겠소. 그러면 될 거 아니오』 내가 이렇게 말하자 아내는 금방이라도 까무라칠 것 같은 얼굴이 되어 말했습니다. 『오, 여보!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실 수가 있죠? 그런 말씀을 하시면 언니의 영혼이 편히 잠들 수가 있겠어요? 그러니 제발 알라께 용서해달라고 기도 드리세요』 아내는 울면서 애원했습니다.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하다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도망을 갑시다. 아주 먼 다른 나라로 말입니다. 거기서라면 우리는 함께 살 수 있을거요』 『도망을 간들 그렇지요. 형부를 홀아비로 남겨두고 도망가는 여자가 어디로 간들 편할 수 있겠어요?』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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