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이근엽/지하철서 구토물치우는 시민모습 감명

  • 입력 1997년 4월 15일 09시 32분


교수로 정년퇴임을 하고도 2년째 몇개 대학에 출강을 하는 사람이다. 인생을 웬만큼 살았다고 할 나이인데도 최근에 목격한 한 시민의 모습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독자들과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펜을 들었다. 지난 2월14일 오후 서울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4호선을 탔다. 퇴근시간 무렵이어서 승객들이 붐볐는데 이상하게도 출입문 근처에 좌석이 비어 있기에 그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고약한 냄새가 나서 살펴보니 누군가가 바닥에 상당량의 음식물을 토해놓은게 보였다. 옆자리 승객의 신문지를 얻어 그것으로 우선 구토물을 덮어 놓았다. 그런데 저쪽에서 40대 승객이 다가오더니 그 신문지로 구토물을 치우기 시작했다. 거의 손으로 퍼담다시피 하면서. 순간 마침 갖고 있던 카메라로 그 장면을 찍었다. 그 승객은 신문지를 더 얻어 깨끗이 치우고 난 뒤 열차가 멈추자 그 오물을 갖고 내렸다. 나도 그를 따라 내렸다. 나 한사람 봉사하면 모든 승객이 편하리란 생각에서 했을 뿐이라며 피하는 것을 설득, 겨우 안양에 사는 이창우씨(47)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나라의 정치 경제꼴이 말이 아닌 이때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이렇게 훌륭한 시민이 있으니 우리나라의 앞날에 기대를 걸어도 좋겠다. 시민상은 이런 분에게 주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장에게 묻고 싶다. 이근엽(서울 동작구 흑석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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