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뮌헨]주중쇼핑 엄두못내

  • 입력 1997년 4월 15일 09시 32분


해외에서는 쇼핑이 여자들만의 일은 아니다. 중요한 운송수단인 자동차가 한대뿐인 한국인 가정에서야 어떻게 보면 남자들의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한국에서는 상점이 주중에는 밤12시까지 열려 있고 주말이나 공휴일에도 여는데다가 24시간 개점하는 편의점까지 널려 있어 쇼핑을 걱정하며 살지는 않는다. 그러나 독일은 전혀 다르다. 평일에는 밤8시, 토요일에는 오후4시까지만 열고 기타 공휴일에는 아예 문을 닫는다. 직장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은 보통 밤8시까지 일하다 보니 주중에는 도무지 쇼핑할 시간이 나지 않는다. 그나마 평일 밤8시도 지난해 11월 연장된 시간이다. 10월까지만 해도 주중에는 오후6시반, 주말에는 오후2시까지만 장사를 했기 때문에 쇼핑을 하려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해야 했다. 그러나 폐점시간 연장조치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는 아니기에 백화점을 제외한 개인상점들은 종전처럼 오후6시반에 문을 닫고 있다. 그래서 우리같이 한국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은 독일에서의 쇼핑이 커다란 부담이다. 1주일에 한차례 필요한 물건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므로 먼저 사야 할 품목과 구매처 그리고 구매처에 도달하는 시간과 구매소요시간 등에 대해 계획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려던 물건을 다 못사고 허탕치는 일이 생기게 된다. 또한 독일백화점은 한국과 달리 취급하고 있는 상품이 그다지 다양하지 않아 물건에 따라서는 개인상점을 돌아다니며 구입해야 한다. 독일에서는 폐점시간에 1분만 늦어도 문을 닫고 열어주지 않는다. 너무 기계적이지 않으냐는 생각도 들지만 독일인의 철저한 준법정신을 몸으로 체득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독일에서는 폐점시간을 종전으로 환원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제도로도 쇼핑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걱정스런 마음이 앞설 뿐이다. 오응천(뮌헨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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