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장외석]윤학길,뚝심-노련미 『부활예감』

  • 입력 1997년 4월 2일 19시 52분


「위대한 거인」 윤학길(36·롯데). 그와 함께 야구를 시작했던 팀 동료들 모두가 떠나버린 서른 여섯. 그러나 「혼」을 던지는 롯데의 영원한 에이스 윤학길의 볼 끝엔 날카로움이 아직 살아있다. 올시즌을 맞는 그의 각오는 남다르다. 지난 86년 프로에 첫 발을 내디딘 롯데 최고참 12년차. 물러설 때를 아는 장수가 위대한 것처럼 그 역시 마운드를 내려서야할 때가 다가옴을 느낀다. 그는 올 시범경기에서 5이닝(3경기)동안 19타자에 단 2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2승을 올렸다.동계훈련의 정직한 결실이다. 지난해 그는 데뷔 첫해(1승2패2세이브)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어깨도 예전같지 않았고 몸 이곳저곳이 많이 아팠다. 불과 15경기에 나서 3승5패. 프로 11년 가운데 여섯해를 2백이닝 이상을 던진 「무쇠팔」이지만 작년엔 55이닝밖에 채우지 못했다. 9천만원이던 연봉마저 5백만원이 깎였다. 그러나 그는 불평하지 않았고 묵묵히 훈련장에 나왔다.올 시범경기에서 볼의 묵직함이나 스피드는 전성기때의 그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여전한 뚝심과 노련함으로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불사조」박철순(OB)처럼 역경을 딛고 일어선 오뚝이도, 선동렬이나 최동원처럼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당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도 아니었다. 단지 언제나 있어야할 자리에 있었고 늘 할만큼 해왔다. 그러는 사이 완투승 1위(74승), 완봉승(20승) 2위, 최다승 3위(1백16승)등 투수 전부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는 올해 큰 욕심이 없다. 지금까지 1천8백60과 3분의 2이닝(2위)동안 7천6백77명(2위)의 타자를 상대해온 그다. 수많은 고비를 넘겨온 경험, 마음앓이를 통해 체득한 인내를 실은 무심구(無心球)를 던질 뿐이다. 〈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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