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탐구]최혜경/「편가르기 경쟁」자식은 괴롭다

  • 입력 1997년 4월 2일 07시 56분


부부가 자녀를 가운데 놓고 벌이는 줄다리기는 부부관계에 아주 나쁜 영향을 미친다. 누가 자녀로부터 더 많은 애정을 받는지를 견주는 일부터 시작되는 이 싸움은 자녀가 성장하면서 구체적인 편가르기로 발전한다. 노년기가 되면 부부간의 역학관계는 자녀를 움직이는 힘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줄다리기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전업주부가 가질 수 있는 힘의 중요한 근원은 자녀다. 부부간에 갈등이 있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서 얻지 못한 정서적 욕구와 기대에 대한 충족을 자녀에게서 얻으려고 한다. 아내는 자녀의 학교문제와 결혼문제 등에서 「위대한 모성」을 발휘하나 때로는 노골적인 편만들기 공세로 번지기도 한다. 남편은 이 줄다리기에서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더러는 엄부의 역할을 포기하고 자녀들에게 인기작전으로 나가 보지만 아내의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이러한 줄다리기는 궁극적으로 남편과 아내, 자녀 등 어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자녀는 스스로 결혼과 출산 등을 경험하면서 엄마의 「위대한 모성」을 부담스럽게 여기게 된다. 이런 자녀에 대해 아내는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아내가 남편에게 돌아가 보았자 오랫동안 소외를 경험하면서 가족에게 신뢰감을 상실한 한 늙은 남자만 남아 있을 뿐이다. 부부간의 갈등은 쌍방이 용기를 갖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자녀를 통해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최혜경(이화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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