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복예기자] 『지난 4년동안은 경기도에서만 심판을 봤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서울과 전국대회 심판으로도 진출할 예정입니다. 유일한 여성심판으로서의 자부심을 갖고 명심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국내의 유일한 여성 아마복싱심판 김순옥씨(36·경기도 아마 복싱연맹 사무국장). 1m70이 넘는 당당한 체격의 그가 위아래 하얀색 정장을 하고 무대에 오르면 선수들은 순간 긴장을 풀고 얼굴에는 미소가 감돈다. 「엄마같은」 「누나같은」 심판에 대한 믿음 때문.
『진짜로 이긴 선수가 울고 내려가는 경우는 절대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저의 원칙입니다. 그리고 선수생활에 지장이 있을 만큼 얻어 맞으면 빨리 경기를 포기시킵니다. 그래서인지 경기를 마치고 내려오면 진팀이나 이긴팀의 관장 모두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요』
그가 복싱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돌아가신 친아버지를 닮아 평소 아버지처럼 모시던 윤석한씨(경기도 아마복싱연맹 부회장)덕분. 고교시절에 날리던 배구선수였던 그는 허리부상으로 1년여만에 실업팀 선수생활을 그만두고 윤씨를 도와 경기도 복싱연맹 사무국 일을 봤다. 선수들을 데리고 시합장을 다니던 그의 눈에 심판들의 장난이 들어왔고 어린 선수들의 눈물이 가슴아프게 여겨졌다. 그러다 『차라리 내가 심판을 하면 어떨까』하고 생각, 이론을 공부했다. 심판이 되려면 선수출신이어야 한다는 규정에 걸렸지만 윤씨의 도움으로 93년 심판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링위에서 신체검사를 하면서 「남성(?)」보호대인 프로텍터를 만져보는 것도 당혹스러웠고 격렬한 싸움으로 흰옷에 피가 튀기거나 갑자기 선수의 팔이 빠져 당황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한달에 적어도 7,8회는 링에 올라간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아이가 학교에서 엄마를 자랑한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쁘지요. 전국무대에 이어 세계무대에까지 진출할 생각입니다. 세계적으로 10명 안팎의 여성이 복싱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제가 세번째 여성심판이고 심판횟수는 가장 많을 거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