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영교수의 EQ세계]아기에게 끊임없이 말하라

  • 입력 1997년 3월 22일 08시 39분


성인과는 달리 유아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잘 깨닫지 못한다. 건강한 정신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려면 아기 때부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어른들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감각기관을 통해 느끼는 감정을 옆에서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아기가 오줌을 싸 불편함을 느낄 때 기저귀를 갈아주며 『야 마른 기저귀로 갈아주니까 기분이 좋지』라고 말한다든가 아기가 주사를 맞으며 울 때 안아주면서 『아파서 속상하지』라며 말로 그 감정상태를 실감하도록 해준다. 아기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끊임없이 감정상태를 말로 표현해주면 아기의 자기 정서 인식능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조금씩 높아진다. 한 유치원에 좋은 일이면 무엇이든 「기뻐요」, 나쁜 일이면 「슬퍼요」라고 자신의 감정을 오직 두가지로만 말하던 아이가 있었다. 선생님은 이 아이의 「정서 인식능력」을 높이기 위해 행동을 관찰했다.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와서 『선생님, 슬퍼요』라고 말할 때 『그래, 슬프구나』 대신 『△△가 너를 때려서 화가 났구나. 우리 저 △△에게 가서 네가 화났다는 것을 말해주자』라고 일러줬다. 아이가 넘어진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며 『네 생각에 이 아이의 마음이 어떨 것 같애』라고 묻고 『슬퍼요』라고 대답하면 『물론 슬프겠지만 아픈 마음도 있고 누군가가 나를 도와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을 거야』라고 상황에 알맞은 감정을 적절한 용어로 연결시켜줬다. 한 학기 동안 노력한 결과 이 남자아이는 『속상해요』 『화났어요』 등 다양한 감정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 이원영(중앙대·유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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