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慶植(강경식)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이 어제 합동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는 별로 새로운 것이 없다. 전임 경제팀이 늘 강조하던 사항들을 나열하고 있는 느낌이다. 다만 한가지 국제수지 방어를 위해 세수(稅收)목표축소 예산절감 등 긴축재정으로 고통분담에 정부가 솔선하겠다는 대목은 옳은 방향이다.
장기간의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증대와 저성장 속의 물가불안 등 민생 부문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으나 이 부문에 대한 대책이 미흡한 것은 앞으로 정부가 신경써 보완해야 할 과제다.
경제팀은 경제정책 기조로 경제불안 요인의 해소, 경상적자 축소, 경제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조정 등 세가지를 내세웠다. 가장 구체적인 대책은 올 세수목표를 2조원 줄이고 예산 1조원을 추가로 절감하며 내년예산은 한자릿수 증가로 긴축편성, 정부부터 허리띠를 졸라매 국제수지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총외채가 이미 1천1백억달러를 넘어섰고 연간 경상적자가 2백억달러대에 이를 전망이어서 멕시코같은 외환위기가 우려되는 데도 정부 대책은 긴축재정 뿐이다.
너무 소극적인 국제수지 대책이다. 씀씀이 줄이기만으로 견뎌낼 수 있다고 본다면 오늘의 외채위기를 너무 안이하게 본 것이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수출증대 수입억제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긴축재정을 통해 국제수지 개선과 고통분담에 정부가 앞장서겠다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미 중장기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농어촌구조개선사업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예산절감 차원에서 뒤로 미루어져서는 안된다. 특히 국제수지방어와 안정성장을 위해 저성장을 감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해도 이에 따라 고용기반이 위축되거나 국민생활에 주름살이 지게 해서는 곤란하다. 이 점 또한 정부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경제정책은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해야 한다. 정책이 실효성있게 추진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려면 세부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정부를 믿고 따를 수가 없다. 행정규제완화만 해도 건수 위주의 발표에 기업들은 정부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행정규제완화추진 전담업무를 재정경제원에서 공정거래위원회로 넘기기로 했으나 중요한 것은 실천의지다.
의욕저하와 불안감 불신감으로 경제위기 의식이 팽배하고 우리경제의 장래에 대한 자신감 상실이 문제라는 강부총리의 진단은 맞다. 그렇다면 기업과 국민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다시 뛸 수 있게 비전을 제시하고 경제정책에 대한 신뢰부터 회복시켜야 한다. 경제팀은 기자회견에서 밝힌 과제 하나 하나에 대한 실천계획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경제상황을 올바르게 진단했다 하더라도 정책이 뒷받침하지 못하면 난국 타개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