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성·광주〓조성하 기자] 화교의 고향, 바다 실크로드의 출발지, 광동어와 광동요리의 무대 광동성(廣東省). 중국대륙 최남단의 성(省)이다.
현재 주민은 6천만명. 1억명이 넘는 사천성보다는 적지만 성장 잠재력은 중국 어느 성보다 크다. 그 성도(省都) 광주(廣州)는 「꽃의 도시」다. 북회귀선이 지나는 아열대성기후로 1년내내 꽃이 피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광주의 본래 모습은 「상업」이다. 상해와 함께 중국에서 상업이 가장 발달한 곳이 이곳이다.
79년 등소평이 개방경제정책을 펴며 실시한 「경제특구」에서도 가장 성공한 곳이 바로 광동성의 주해와 심천이다. 이 두 도시를 좌우에 거느린 주강삼각주의 중심축 광주는 지금도 경제특구의 여건에 힘입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광동성이 화교의 고향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된다. 2백년전 미국 호주 등지로 떠나기 시작한 화교의 진출항이 여기다. 전세계 화교의 70%가 광동성 출신이라는 점이 그것을 말해준다.
영화 「황비홍」시리즈에 등장하는 서구열강에 의한 시련의 무대 역시 광주다. 1839년 청조의 임측서가 영국이 싣고온 아편을 소각, 결국 아편전쟁으로 비화됐고 마침내 홍콩까지 빼앗기게 되는 그 역사의 현장이다. 그후 영국 등 서구열강들이 설치한 조계지역의 흔적이 지금도 광주에는 생생하게 남아 있다.
한편 허약한 청조에 반기를 들고 민주국가 건설을 시도했던 신해혁명이 광주에서 봉기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삼민주의 주창자 중산 손문과 관련된 유적도 곳곳에 있다. 손문의 고향인 취흥촌(현 중산시)은 광주에서 자동차로 세시간 거리. 생가는 박물관으로 꾸며져있다.
▼광주 시내관광
하루에 돌아볼 수 있는 광주시내 관광지를 소개한다.
△위에씨우공원〓위에씨우산 아랫자락의 언덕위에 위치한 작은 공원. 명대(1368∼1644년)에 지어진 건물모양의 5층 목조탑이 있다. 현재 시박물관으로 이용되는데 근세 서구열강의 침략기 역사가 상세히 전시돼 있다. 꼭대기층의 전망대 「진해루」에서 오룡차를 마시며 광주시내를 조망할 수 있다. 탑 옆에 손문기념관이 있다.
△진씨서원〓광주는 진씨가문이 흥성했던 곳으로 78개현의 진씨가문이 모여 1884년 건립한 서원. 진씨가문의 자제들만 수학하던 일종의 학교다. 볼거리는 건물의 지붕과 담, 벽에 장식된 각종 도자기와 공예양식의 장식품들. 유럽의 바로크 로코코양식만큼이나 화려해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 내부의 광동민간공예관에서는 진귀한 공예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그중에는 소주 호북과 함께 중국 3대수예의 고장으로 통하는 광주의 신기에 가까운 수예작품도 있다. 지난 83년 중국수예품대회 금상수상작인 공작새수와 이음매 없이 만든 길이 3백㎞ 금실로 놓은 구룡수의 신기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
△중산기념당〓손문이 죽은 지 4년후인 1929년 여운직이 설계한 강당. 시내 한복판에 있다. 무대의 중앙에는 삼민주의에 관한 손문의 유서가 전시돼 있다. 기념당 밖의 동평중로앞 광장에 동상이 있다.
△광주십삼행(廣州十三行)〓1842년 영국과 중국이 체결한 남경조약 결과 광주시내에 설치하게 된 조계지역. 1884년 모두 13개 서구열강의 공장이 들어서는 바람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지금도 서구식 건물이 그대로 남아 있는 이색적인 거리다.
▼광동요리
[광동성 광주〓조성하 기자] 「生在蘇州(소주에서 태어나) 住在杭州(항주에서 살고) 食在廣州(광주에서 먹고) 死在柳州(유주에서 눈을 감는다)」.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이상적인 삶터로 이 네 곳을 들었다. 그 식도락의 고장 광주, 이곳에 가서 광동요리의 진수를 한번 즐겨보자.
중국은 땅도 넓고 사람도 많아 요리도 다양하다. 요리는 그 자체가 문화다. 그래서 요리에는 지역이름이 붙는다. 광동 사천 북경 호남 조주 하카…. 그러면 광동요리는 무엇일까. 「광동에서는 세가지만 빼고 다 먹는다. 날아다니는 것은 비행기, 네다리 가진 것은 책상, 물속에 사는 것은 잠수함만 빼고」. 과장된 표현이지만 그러나 현지에 가보면 절대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광동요리의 현장, 청평시장으로 가보자. 이곳은 광동사람들이 요리재료와 약재로 쓰는 온갖 먹을거리가 있다. 2㎞나 뻗은 시장거리는 온통 동물원같다. 살아 있는 노루와 산돼지 새끼가 쌀포대에 담겨 길가에 놓여 있고 원숭이 오소리 두더쥐를 가둔 철망상자가 수북이 쌓여있다. 개 고양이 오리 거위 비둘기 닭 자라 뱀은 기본. 모두가 요리가 되어 식탁에 오를 것들이다.
약정골목에 가면 보다 진귀한 볼거리가 많다. 수백개씩 쌓아둔 노루꼬리와 해마, 이름도 알 수 없는 희한한 벌레 등이 자루에 담겨 있다.
광동의 역사를 알면 그 다양한 요리의 원천을 이해한다. 그 다양함은 2천년간 계속된 자유로운 동서교류와 중국대륙의 남북교류 덕분. 로마제국 시대 바다 실크로드의 출발지였던 광주는 명, 송대에 이미 국제무역항이었다. 덕분에 광주는 동서의 문물이 교차하고 또 중국내에서는 남북이 교류하는 마당이 됐다. 중국대륙 북남의 미각, 동서양의 맛을 두루 갖춘 다양한 요리가 탄생한 것은 이때문이다.
새끼돼지를 구운 애저구이와 뱀 고양이를 담은 「용호상박」, 샥스핀이 가장 대표적인 요리.
광주시내에서는 베이위안, 다통, 광조우, 다산위안, 방씨, 타오타오주 같은 유명한 음식점에서 본토박이 광동요리를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