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3기 지하철계획 문제많다

  • 입력 1997년 3월 15일 19시 56분


서울시가 총길이 1백20㎞에 이르는 3기 지하철(9∼12호선)건설계획을 발표했다. 김포에서 하남에 이르는 9호선 38㎞ 구간은 올 하반기에 착공, 2004년까지 완공하고 10∼12호선도 2005년까지 준공하겠다는 내용이다. 완공시기가 당초보다 무려 5년이나 앞당겨졌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서울의 교통난을 생각하면 3기 지하철 조기건설계획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3기 지하철 건설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면 2005년에는 서울도 뉴욕 파리 런던 등 선진국 대도시 수준의 지하철망을 갖추게 된다. 지하철 수송분담률도 현재의 34%에서 75% 수준으로 높아진다. 그러나 3기 지하철 건설에는 무려 9조1천억원의 막대한 돈이 필요하다. 공사기간만도 10년 이상이 예상되는 대역사다. 1,2기 지하철 건설 때의 갖가지 시행착오를 되돌아보면 걱정되는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재원확보 문제다. 3기 지하철의 경우 중앙정부에 50%의 재정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재정경제원은 경기불황, 타시도와의 형평성, 더 시급한 사회간접자본시설 확충 등의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그렇다고 공채발행이나 차관도입도 어렵다. 이미 1,2기 지하철 건설에 따른 빚만도 4조5천억원에 이른다. 런던 뉴욕 파리 지하철은 중앙정부 재정지원이 50∼75%였으나 서울 2기 지하철의 국고지원은 16%에 불과했다. 서울지하철망의 확충이 시급한 것은 사실이나 국민경제적 차원의 투자우선 순위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재원문제가 해결된다 해도 10∼12호선은 아직 기본설계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이들 노선은 용산지역 개발계획, 경부고속철도 시발역 위치 등과 관련해 노선망이 검토되어야 하고 그런 다음에도 실시설계 및 주민토지보상 문제 등을 마무리하려면 2∼3년의 기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실제공사기간까지를 감안하면 최소한 10년 이상을 잡아야 한다. 71년에 착공한 1기 지하철(1∼4호선)도 13년만에 완공됐으며 90년 착공된 2기 지하철(5∼8호선)은 5호선만 지난해 전구간이 개통됐을 뿐 나머지는 99년 개통을 목표로 아직도 공사중이다. 3기 지하철을 당초 계획보다 5년이나 앞당겨 마무리짓겠다는 발상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다. 2기 지하철의 경우도 엉터리 계획때문에 준공시기가 무려 일곱번이나 늦춰지면서 당초 3조9천억원으로 잡았던 공사비가 8조3천억원으로 늘어났고 설계 시공 과정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3기 지하철은 이같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노선검토, 실시설계, 다른 교통체계와의 연계, 민원발생 요인, 시민편의를 감안한 공법 등의 문제를 사전에 철저히 점검한 뒤 착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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