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축제/니스 카니발]온통 꽃… 南프랑스 향기 『그윽』

  • 입력 1997년 3월 15일 08시 08분


[니스〓고미석 기자] 눈이 부시도록 푸른 하늘, 짙은 쪽빛 바다.

프랑스 남동쪽에 자리잡은 작은 해변도시 니스는 세계적인 휴양지로 유명하지만 카니발의 뜨거운 열기로도 이름이 높다.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해마다 2월이면 니스카니발이 막이 오른다. 계절은 겨울이지만 이맘때 평균기온은 섭씨11도로 우리나라 봄날처럼 포근하다. 제철을 맞은 미모사꽃 향기가 바람에 날리는 가운데 축제분위기에 휩싸인 니스는 고색창연한 건물들과 비좁고 꼬불꼬불한 뒷골목이 온종일 카니발을 찾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 수만송이 生花로 장식 ▼

니스카니발의 하이라이트는 꽃수레 행진과 가장행렬. 카네이션 등 수만송이 생화로 장식된 20대의 꽃수레들이 자갈해변과 맞닿아 있는 2㎞의 앙글레대로를 따라 행진하면서 사람들에게 꽃을 던져준다. 또 시내중심 마세나광장에서 열리는 익살스런 초대형 마네킹과 가면들의 가장행렬은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힘든 장관으로 손꼽힌다.

카니발의 절정을 이룬 지난달 15일과 16일에는 꽃수레행진과 야간 가장행렬이 한꺼번에 열려 관광객들을 환상적인 꿈과 낭만의 세계로 안내했다. 마세나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사람들은 얼굴에 물감을 칠하고 알록달록한 모자에 형형색색의 카니발 의상을 입고 종이 꽃가루인 콘페티와 스파게티라고 불리는 축제용 스프레이를 서로에게 뿌려대며 즐거워 했다.

니스카니발의 특징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유머넘치는 축제라는 점.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면이 전혀 없어 남녀노소 모두 행렬과 한덩어리가 되어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인구 34만여명의 니스에는 이런 재미를 좇아 지난해 카니발동안 6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들었고 15t의 콘페티와 5만개의 스파게티 스프레이를 소비했다.

니스카니발의 올해 일정은 8일부터 23일까지. 그사이에 12차례 퍼레이드와 바텐더달리기대회 음악회 무도회 노래자랑 등 날마다 이벤트가 이어졌다. 특이한 것은 카니발 테마가 매년 바뀐다는 점으로 97년은 「스포츠의 왕」. 내년은 「서커스의 왕」으로 정해졌다.

왕의 수레를 선두로 테니스 수영 체조 스키 등 각종 스포츠를 재미나게 형상화한 대형 마네킹들의 수레(높이 8m 길이 12m)가 뒤따르면서 3시간여동안 퍼레이드를 벌였다. 거인들의 행진 틈틈이 춤과 대사없는 마임공연이 펼쳐지고 6백개에 이르는 대형 가장행렬도 이어졌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전통과 현대를 결합한 스펙터클한 대형무대라는게 니스사람들의 자랑이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꽃수레 행진도 다른 곳에선 보기힘든 니스카니발만의 독특한 전통. 신선한 꽃으로 장식된 20대의 꽃수레에 탄 미녀들은 행렬을 따라가며 한아름씩 꽃을 던져준다. 축제동안만 7∼8t의 꽃이 거리에서 뿌려졌다.

▼ 관광객 60만명 몰려 ▼

기원전 4세기 그리스가 무역항을 건설하면서 식민시로 건설된 니스는 오랫동안 인접 왕국의 다툼에 시달리다 1860년 프랑스 영토로 확정됐다. 카니발의 기원도 중세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지금과 비슷한 형태로 정착된 것은 대략 1세기전으로 보고 있다. 가장무도회와 거리축제로 처음 시작된 카니발은 18세기 베니스카니발의 영향을 받으면서 가장행렬 등 다양한 축제행사로 발전돼 왔다.

향기로운 꽃수레와 거인들의 행진,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니스카니발. 동화처럼 예쁜 도시 니스는 카니발이 있어 더욱 보석같이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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