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회창대표가 가야할 길

동아일보 입력 1997-03-13 20:10수정 2009-09-27 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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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국당의 새 대표에 임명된 李會昌(이회창)씨는 빚더미 회사의 사장에 앉은 것과 같다. 정부와 함께 좌초 위기에 몰린 집권여당을 살려야 할 무거운 짐을 안았다. 일단 날개를 달았지만 자칫 잘못하면 순식간에 추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부터 얻어야 한다. 그러자면 한보사태와 金賢哲(김현철)씨 의혹을 원리원칙대로 풀어야 한다. 당내 대선(大選)후보 경선에서 엄정중립을 지켜 공정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당총재인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이씨를 당대표로 내세운 것은 이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일 수 있다. 이대표는 그간 여러차례 한보사태나 현철씨 문제를 원칙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그는 그런 원칙에 입각한 문제풀기에 나서야 한다. 한보청문회에 현철씨를 세울 수 없다는 식의 눈치보기 두둔성 여당 방침은 국민들만 분노시킬 뿐이다. 여권에서조차 사법처리 주장이 나오는 현실을 바로 보아야 한다. 원칙대로 정국에 대처한다는 것은 바로 국민의 뜻에 따르는 것이다. 지금의 여당이 국민의 지지를 잃고 표류하는 것은 민심을 읽지 못한 채 독단 독선 오만에 빠졌기 때문이다. 누구는 봐주고 어떤 일은 덮으려는 식의 국정운영에 사람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이 엄청난 민심이반 현상을 이회창 체제로도 되돌려 놓지 못한다면 여당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 유력한 대선 예비후보중 한 사람인 이씨의 당대표 취임은 과연 공정한 후보경선이 가능할 것이냐는 의문점을 제기한다. 당장 다른 예비후보들이 불공정한 경선관리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대표 자신이 공정경선을 위해 후보―대표 분리론을 주장해왔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표명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말만의 다짐은 의미가 없다. 공개적이고 민주적인 절차를 무시하거나 후보들의 출발선을 다르게 배정한다면 그 부작용은 엄청날 것이다. 당대표는 가만히 있어도 유무형의 프리미엄이 붙는 자리다. 김대통령이 이대표를 사실상 대선후보로 정한 게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대표가 그 자리를 후보따기 선점의 지렛대로 이용한다면 당내 마찰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이 두쪽으로 갈라질 수도 있다. 그 경우 정국에 미칠 악영향은 말할 것도 없고 그 폐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오게 된다. 집권여당을 시대적 요구에 맞게 민주적으로 개선하는 문제도 급하다. 비록 전국위원회의 인준을 거쳐 총재가 임명하게 돼 있다고는 해도 대표교체는 당의 얼굴을 바꾸는 일이다. 임명전날 밤까지도 주요 당직자들이 대표 내정자가 누군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당원들의 의사를 수렴하지 않는 이런 비민주적 행태가 대선후보 경선까지 이어져선 곤란하다. 집권당이 여전히 총재 한사람의 독단에 의존하는 비민주성을 지닌 채 국민 지지를 기대한다면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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