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정보통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게 요즘 세상이다.2백년이 넘는 자동차나 섬유 등의 역사에 비해 비록 짧은 정보산업의 족적이지만 변화의 속도는 가히 광속(光速)처럼 빠르다.세계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1946년) 이후 정보통신 제품이 얼마나 빠르게 변모하고 있는지, 기술경쟁은 또 얼마나 치열한지 시리즈로 엮어본다.
[최수묵기자] 「TV와 녹음기가 함께 있는 개인용 컴퓨터(PC)」.
PC를 살 때 TV와 녹음기까지 「선물」로 주는 신제품 광고같지만 실은 지난 81년 베일을 벗은 최초의 국산 PC 겉모습이다.
국내에선 당시 컴퓨터모니터 생산기술이 없었다. 궁여지책 끝에 TV를 모니터로 사용하게 된 것. 기억장치도 없어 카세트테이프를 대용했다. 그야말로 「짜깁기」였다. 모니터로 대용한 TV는 채널손잡이와 안테나가 그대로 붙어있었다. 타자기 위에 TV를 올려놓은 꼴이었다.
PC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9년전인 지난 78년. 미국 애플사가 8비트짜리 PC 「애플Ⅰ」을 처음 시판해 선풍을 일으키면서였다. 국산 PC는 3년후인 81년 1월 탄생했다. 벤처기업인 삼보엔지니어링(삼보컴퓨터의 전신)이 일본 샤프사의 PC를 몇달간에 걸쳐 뜯어보고 조립해 본 끝에 「PC처럼 생긴 PC」를 만들어내는 「개가」를 올린 것.이어 한국전자통신연구소(ETRI) 吳吉祿(오길록)박사팀이 82년 8비트 PC를 개발했고 삼성 금성 효성 등이 이를 5천여대가량 생산, PC대중화가 싹텄다. 대우전자는 85년 PC수출시대를 열었고 정부가 89년 초등학교에 교육용 PC보급사업을 시작하면서 PC보급이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PC의 내수규모는 1백79만대가 판매돼 2조5천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TV의 2.7배, 오디오의 3.5배에 달하는 규모다.
국산PC는 지난 16년간 화려한 변신을 거듭해왔다. 97년형 최신제품은 보조기억용량이 81년의 그것에 비해 1천배가 커졌다. 처리속도도 비교하기 어려울만큼 향상됐다.
최초의 PC는 문자만 나타낼 수 있었으나 이젠 영화처럼 동영상을 표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기능이 눈부시게 추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