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25년 「명동 터줏대감」 탁필점씨

입력 1997-03-08 09:55수정 2009-09-2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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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복예기자] 「명동의 해결사」 탁필점씨(63). 옛 국립극장 자리인 대한종합금융 건물 뒤편에서 반평짜리 잡화상을 해온지 25년째. 명동의 상점들 사이에 싸움이 나도, 궂은 일이 생겨도 그 현장에는 어김없이 그가 나타난다. 『다른 지역 쓰레기봉투가 여러개 나왔는데 서로 자기네 것이 아니라고 여기저기로 옮겨 놓기를 며칠째. 결국 해결이 안돼 제가 나섰지요. 쓰레기봉투가 나올 때마다 유심히 살펴본 끝에 범인을 찾아내 조용히 타일렀지요』 쓰레기분쟁이나 주차싸움만이 아니다. 상점 종업원들은 망치 펜치 드라이버 사다리 등 각종 공구가 필요하면 그에게 뛰어 온다. 길을 몰라 지도를 들고 헤매는 외국인도 그의 몫이다. 유창한 일본어 실력과 손짓몸짓 영어로 길을 일러주고 간혹은 맛있는 식당도 소개해 준다. 현금 6천만원이 든 가방을 잃어버리고 얼굴이 하얗게 변해 헐레벌떡 뛰어다니는 사람에게 돈가방을 찾아준 적도 있다. 엄마 손을 놓쳐 울고 다니는 어린애를 엄마품에 안겨준 일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 늦은밤 술에 취해 정신을 못차리는 여자애들을 봐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근접하는 남자들을 모두 쫓아 보내고 수첩을 뒤져 집에 연락한뒤 누군가 데리러 올 때까지 지켜준다. 물론 야단도 치면서. 『어떤 사람은 평생 힘들게 번 돈을 선뜻 사회에 기부하는데 저는 가진게 없으니 밑천 안드는 봉사라도 해야지요. 헐벗은 사람을 보면 버려진 헌 옷이라도 주워서 주고 싶어져요』 남편과 사별한 그는 담배 라이터 우표 그리고 온갖 액세서리를 파는 이 구멍가게로 3남매를 길렀다. 명동사람들은 그를 「터줏대감」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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