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낮은 투표율과 정치허무주의

  • 입력 1997년 3월 6일 19시 56분


▼「트위들덤과 트위들디의 대결」이란 말은 구미(歐美)식 정치용어다. 우리 얘기로는 도토리 키재기라고나 할까. 쌍둥이처럼 꼭 닮은 사람들이 선거에 나섰을 때를 지칭한다. 제국주의 대(對) 평화주의, 인간평등 대 인종차별주의, 사형폐지론 대 반대론 등 누구나 분명히 알 수 있게 상반된 정책과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선거에서 대결하면 유권자의 선택은 쉽다. 그러나 말이나 행동, 생각까지 비슷한 사람이 나서면 유권자들은 그만큼 괴로워진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가기를 꺼린다. 정치에 대한 관심도 애써 접어둔다. 이럴 경우의 선거가 진정한 의미의 「자유선거」인지에 대해 학자들은 의구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단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한다. 상대측은 민심을 잃었고 자신만이 민의(民意)를 다 얻은 양 자부한다. 투표율과 상관없이 득표수만으로 당선자를 결정하는 선거제도의 모순이다 ▼5일 실시된 인천 서구와 수원 장안구 보궐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야권(野圈)연합후보가 압승했다. 크게는 정부여당의 실정(失政), 특히 노동법파동과 한보사태 때문에 유권자들이 여당후보에게 등을 돌린 결과임이 분명하다. 독선 독주하는 오만한 자세로 국정을 그르친데 대한 국민들의 준엄한 경고다. 하지만 그뿐인가. 두곳 보선은 근래 국회의원 선거중 가장 낮은 30%대의 투표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고만고만한 정당과 후보는 물론 정치전반에 대한 환멸과 불신이 깊었던 탓이다 ▼12월 대선(大選)의 전초전 성격도 띤 이번 보선결과는 여야 모두에 깊은 반성을 요구한다. 여당의 참패는 그간 실정에 대한 당연한 국민심판이지만 야당도 승리의 기쁨에 취할 일이 아니다. 이른바 「DJP공조」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선택할 정당과 후보가 없어 투표장에 가지 않은 건 아닌지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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