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15)

  • 입력 1997년 3월 4일 08시 26분


제7화 사랑의 신비〈1〉 『오! 자비로우신 임금님이시여, 옛날 페르시아에는 호스루 샤라고 불리는 왕이 살았답니다』 샤라자드는 이렇게 다음 이야기를 시작하였으니 나는 이제 그녀가 샤리야르 왕에게 한 이야기를 독자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자 한다. 들어보시기 바란다. 호스루 샤는 권세와 젊음과 아름다움을 한몸에 지닌 왕이었다. 그러나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마음속 깊이 정의감을 간직하고 있었고, 고결한 품성과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백성들의 형편을 알뜰히 살피는 한편, 학식 있고 신앙심 깊은 이들을 높이 받들었다. 그러면서도 그 자신은 몹시 검소하였으니 사십이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오직 국사를 돌보는 것과 독서와 사색에만 전념하였다. 따라서 그의 치세하에서는 호랑이와 사슴이 나란히 걸으면서 같은 시내의 물을 마실 만큼 평화로웠다. 그런데도 이 군주는 자신의 영토 안에서 행여 어려운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염려하여, 틈만 나면 대신과 내시를 대동하고 외국 상인의 차림으로 초라하게 변장을 한 채 시내를 돌아다니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다. 어느 빈민가를 돌아보고 있으려니까 어디에선가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이런 가난한 동네에 저렇게 젊고 싱싱한 목소리가 들려오다니, 왕은 곧 대신에게 그 목소리가 어디에서 들려오는지 알아보라고 하였다. 그것은 골목 막다른 곳에 있는 한 가난한 집에서부터 들려오고 있었다. 왕과 대신은 그 집으로 다가가 창문을 통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집 안에는 등불 하나가 켜져 있고 돗자리 위에 세 사람의 젊은 처녀가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들은 자매들인 것처럼 보이는데 하나같이 젊고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가장 젊은 처녀였는데,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 쯤 되어보이는 그녀는 정말이지 갓 피어난 재스민처럼 청초하고 아름다웠다. 그때, 언니인 첫번째 처녀가 말하고 있었다. 『나는 말야, 소원을 하나만 말하라고 한다면 대궐에서 임금님의 과자를 만드는 사람과 결혼을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과자를 좋아하는지 너희들도 알잖아. 특히 그 가랑잎처럼 얇게 만든 「슐탄의 과자」를 말야. 과자 중에 과자라고 할 수 있는 그 맛있는 것을 매일 먹으면 나는 통통하게 예뻐지고 피부도 뽀얗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너희들은 날 질투하겠지?』 그러자 두번째 처녀가 말했다. 『난 임금님의 요리사의 아내가 되는 게 소원이야. 아! 그렇게만 된다면 그 맛있는 요리들은 언제든지 먹을 수 있을 거야. 그렇더라도 나는 너희들을 잊지 않을 거야. 만약 내 남편이 괜찮다고 한다면 때때로 너희들을 불러 그 요리들을 먹게 해 줄게. 그렇지만 내 남편은 허락하지 않을지도 몰라』 그녀들이 나누는 대화를 엿듣고 있던 왕은 마음이 아팠다. 그 젊고 아름다운 처녀들이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저런 말을 하는가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가장 젊은 막내 처녀는 말이 없었다. <글:하일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