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못믿을 검찰 칼빼든 법원

  • 입력 1997년 2월 22일 19시 52분


법원이 검찰의 4.11총선부정 수사결과를 안믿고 현역의원 7명을 포함한 9건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것을 검찰은 부끄러워해야 한다. 한마디로 검찰의 편파적 선거부정 봐주기 수사에 법원이 정면으로 제동을 건 조치이기 때문이다. 재정신청이 수용된 9건중 8건이 신한국당의원과 관련된 점만 봐도 검찰이 선거부정수사에서 여당엔 관대하고 야당에는 가혹했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잖아도 한보사태를 포함, 정치적사건 때마다 검찰의 중립성은 의심받아왔다. 정치권 눈치를 보며 여당관련 사건은 축소하거나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그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4.11 선거사범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불기소 결정이었다. 각종 선거부정혐의로 입건된 1백10명을 불기소 처리했고 중앙선관위가 선거비용 실사결과 고발 또는 수사의뢰한 현역의원 20명 대부분에게도 면죄부를 주었다. 통합선거법 규정대로라면 정말로 돈 안드는 깨끗한 선거가 될 수 있었던 지난해 총선이 결과적으로 공명선거 정착의 계기가 되지 못한 것도 상당부분 검찰에 책임이 있다. 부정선거 혐의로 고소고발된 사람이 쏟아졌으나 몇명만 골라서 기소하는 바람에 「어떻게든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재확인시켰다. 검찰이 제 입맛에 맞게 법을 적용한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니 그 법에 따른 선거가 공정했을 리 없다. 15대 총선과 관련해 재정신청이 제기된 32건중 법원이 9건을 수용함에 따라 이들 사건은 법원이 지정하는 변호사, 통칭 특별검사가 공소유지를 맡게 됐다. 재판에서 당선자가 징역형 또는 1백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거나 선거사무장 직계존비속과 배우자 등이 징역형을 선고받은 때에는 당선이 무효화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 검찰이 죄가 안된다고 결정한 사건을 법원이 뒤집어 재판에 넘긴 자체가 부끄러운 일인데 유죄판결까지 내려진다면 검찰로서는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인 사건은 모두 유죄선고를 받은 선례(先例)가 있다. 물론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예단하긴 어렵다. 그러나 검찰의 총선부정 수사결과에 대한 믿음은 이미 훼손됐고 정치적 중립성도 다시 한번 의심받게 되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뼈아픈 자기반성을 통해 법을 법대로 엄정하게 집행하는 기관으로 새로 태어나야 한다. 검찰의 기소편의주의 기소독점주의가 여론의 도마에 오르고 큰 사건이 날 때마다 특별검사제 도입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은 어떤 법이건 취지대로 운용하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주었다. 통합선거법 제정당시의 「선거혁명」 자세를 이제 법원이 가다듬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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