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04)

  • 입력 1997년 2월 19일 20시 17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94〉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다섯번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 젊은 부인은 울고 있는 형에게 그 사연을 물었습니다. 그러자 형은 말했습니다. 「오, 아씨마님, 하루 끼니를 얻기 위하여 유리그릇을 한 쟁반 떼어다 팔려던 참에 산산이 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곁에 섰던 구경꾼들도 거들어 말했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 가엾은 장사치는 재난을 당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여자는 내시 한 사람을 불러 말했습니다. 「있는 대로 이 분에게 드리도록 해라」 그러자 내시는 들고 있던 지갑을 형에게 주었습니다. 내시가 준 지갑에는 그런데 자그마치 오백 디나르의 돈이 들어 있었습니다. 돈을 보자 형은 너무나 기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형은 갑자기 부자가 된 것이었으니 그야말로 전화위복이었던 것입니다. 형은 그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몇 번이고 축복을 드린 다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형은 혹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꿈은 아니었습니다. 형은 너무나 기뻐 마구 소리라도 치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였습니다. 누군가가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처음 보는 노파 한 사람이 서 있었습니다. 「여보시오, 주인 양반. 실은 기도시간이 가까워졌는데 나는 아직 목욕을 못했다오. 죄송한 부탁입니다만 댁에서 씻게 해주실 수는 없을까요?」 노파가 말했습니다. 다소 의외의 부탁이었지만 형으로서는 그때 오백 디나르라는 막대한 돈을 얻어 횡재를 했기 때문에 몹시 기분이 좋았던 터라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노파는 형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왔고 형은 노파에게 목욕탕을 내어주었습니다. 목욕을 마친 노파는 형에게로 와 머리를 숙이고 기도를 올렸습니다. 그리고 형에게도 신의 축복이 있기를 빌어주었습니다. 그래서 형은 그 사례로 금화 두 닢을 꺼내어 주며 말했습니다. 「이건 내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선물이오」 노파는 돈을 보자 소리쳤습니다. 「알라를 칭송할진저!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을 왜 거지 취급을 합니까? 그런 돈은 어서 넣어두시오. 나는 필요 없으니까요. 정히 당신에게 그 돈이 필요 없다면 당신에게 그 돈을 준 여자에게 돌려주시구려. 깨어진 유리그릇 앞에 앉아 울고 있는 당신에게 그 돈을 준 그 여자에게 말입니다」 이 말을 들은 형은 깜짝 놀라며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당신도 모두 보았군요. 깨어진 유리그릇 앞에서 내가 울고 있을 때 그 아름다운 젊은 부인이 내게 돈을 주었다는 걸 말요.(알라시여, 그 아름다운 젊은 부인에게 축복을 내리소서!)」 형이 이렇게 말했지만 노파는 형의 말에는 대꾸도 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고, 만약 당신이 그 여자와 만나고 싶다면 내가 주선해 드리죠. 그 분은 내가 모시고 있는 주인이시니까요」』 <글: 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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