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실업 급증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1997년 2월 11일 20시 17분


실업자가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한달 사이 5만명이 늘어나 실업자 총수가 53만명에 이르렀다. 이같은 추세라면 오는 3월 안에 실업률이 2.5%를 훨씬 넘어서게 되리라는 분석이다. 지난 94년이후 가장 높은 실업률이다. 지난 1월에 실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해부터 불황이 깊어진 데다 일본 엔저(低)와 개정 노동법 반대 파업, 한보사태의 영향으로 시중자금이 경색되면서 도산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대기업의 감량경영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고용의 안정과 고용기반의 확충은 국가존립의 궁극적인 목표다. 기본적으로 일자리가 줄고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임금소득의 증가나 근로자의 복지향상은 물론 사회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일정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결국 일자리를 넓히기 위한 것이다. 최근 우리기업들은 경쟁력을 갖기 위해 해외진출을 많이 시도한다. 물론 개방사회에서 이는 불가피하다. 그렇더라도 가능하면 더 많은 생산기지를 국내에 머물도록 하고 더 많은 해외자본을 국내에 유치, 국내 일자리를 늘려야 국민소득이 높아질 수 있다. 그럼에도 새해 벽두부터 고용동향이 불안해지고 있는 것이다. 정책당국과 연구기관들은 조만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이에 따라 성장률이 5%대로 떨어질 경우 올 연말쯤 실업자 수가 지난해보다 15만명 늘어난 63만명에 이를지 모른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의 실의와 생계불안도 걱정이지만 그것이 소비위축으로 이어진다면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경제정책으로서는 물론 사회정책차원에서도 종합적이고 실효있는 고용안정대책이 긴요하다. 당장 급한 것은 지난 연말 한달가까이 계속돤 파업과 이어서 터진 한보사건으로 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는 일이다. 정부는 중소기업 상업어음 할인자금으로 7천억원을 추가로 조성하고 부도방지 경영안정자금으로 1조4천억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등 올해에 모두 3조6천억원을 중소기업에 지원하리라 한다. 지원자금 규모의 증액도 중요하지만 적기지원은 더 중요하다. 나아가 현재로서는 경제정책의 구심점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한보사태의 여파로 은행과 기업, 경제관료들이 일손을 놓고 있다면 일자리 확보는 고사하고 나라경제의 장래가 암담하다. 실업자 급증의 통계를 남의 일로 보지 말고 우선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핵심관료들이 중심을 잡아야겠다. 노사관계의 안정도 고용안정의 대전제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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