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92)

  • 입력 1997년 2월 5일 20시 1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82〉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둘째 형에 대하여 이야기했다. 『반벌거숭이가 된 여자가 온갖 교태를 부리며 뛰기 시작하자 형도 그 뒤를 쫓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젊은 여자가 까르르 까르르 웃으며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쫓아들어갔다가 뛰어나오곤 하는 모습을 보자 형은 미칠 것 같은 정욕이 솟구쳐올랐습니다. 그래서 형은 무시무시하게 솟구쳐오른 정욕을 어쩌지 못하며 여자의 뒤를 쫓고 있었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여자는 이윽고 어느 캄캄한 곳으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형은 이제 여자는 독 안에 든 쥐와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형은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몸을 해 가지고는 여자의 뒤를 쫓아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형이 여자를 잡으려는 순간 형의 발 밑 바닥이 꺼지더니 그만 무너져내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건 또 어찌 된 일입니까? 형이 떨어져내린 곳은 수많은 사람들이 들끓고 있는 시장 한복판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형은 눈썹은 빨갛게 물들고 수염 하나 없는 빤질빤질한 얼굴에 양 볼에는 연지를 찍고 거대하게 솟구쳐오른 남성을 한 알몸을 한 채 시장 한복판에 떨어져내린 것이었습니다. 그 해괴망측한 모습을 보자 상인들은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개중에는 손뼉을 치며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가죽 채찍으로 닥치는 대로 형의 몸뚱이를 후려갈기기도 하였습니다. 이 기가 막힌 상황에 형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형이 기절해 버리자 몰려있던 군중들은 형을 당나귀에 태워 경비책임자에게로 데리고 갔습니다. 경비책임자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물었습니다. 「대체 이건 뭔가? 이게 사람인가 짐승인가?」 그러자 일동은 대답하였습니다. 「이 자는 대낮에 이런 꼴을 해가지고 대신 댁에서 별안간 떨어져내렸습니다」 경비책임자는 형을 풍속사범으로 간주하고 곤장 백대를 때린 다음 바그다드에서 추방하고 말았습니다. 뒤늦게서야 형의 소식을 들은 저는 곧 형의 뒤를 쫓아갔습니다. 그리고는 아무도 모르게 데리고 와 먹을 것을 대어주고 있습니다. 사실 제가 마음이 후한 사람이 아니었던들 아무리 형이지만 참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하고 난 이발사는 일단 입을 다물었다. 듣고 있던 왕과 신하들은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그러나 이발사는 웃지도 않고 말했다. 『그러나 둘째 형의 이야기는 저의 셋째 형 이야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이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임금님께서는 제가 얼마나 입이 무겁고 분수를 아는 사람인가 하는 걸 아실 것입니다』 『이야기해 보라』 왕이 말했다. 그리하여 이발사는 자신의 셋째 형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의 셋째 형 알 화키크로 말할 것 같으면 입심 좋기로 소문난 자로서 소경이랍니다. 어느날 형의 발길은 우연히도 어느 커다란 저택 앞에서 멎었고 거기서 형은 그 집 대문을 두드렸습니다. 무엇인가를 좀 구걸할까 해서였지요. 그러나 그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답니다』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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