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84)

  • 입력 1997년 1월 28일 20시 25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74〉 수다쟁이 이발사는 계속해서 자신의 맏형 이야기를 했다. 『그토록 열심히 일하고도 돈 한푼 받지 못한 형은 사흘 동안을 빵 한 조각과 물로 배를 채웠습니다. 그러면서도 쉬지 않고 주인의 셔츠 짓는 일을 했습니다. 사흘이 지나자 하녀가 와서 일이 어떻게 되어가는가 물었습니다. 「예, 이제 다 되었습니다」 형은 황급히 이렇게 말하고는 그동안 지은 셔츠들을 안고 그여자의 남편에게로 갔습니다. 주인은 삯을 지불하려고 했습니다만 형은 여자가 무서워서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주인나리의 돈을 받는다는 건 도리가 아닙니다」 가게로 돌아온 형은 너무나 배가 고팠던 나머지 알 수 없는 슬픔으로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날밤 형은 배가 고파서 한숨도 잘 수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형이 가게에 앉아 있으려니까 다시 하녀가 와서 말했습니다. 「주인나리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형은 두 다리가 풀려 허둥거리는 걸음으로 주인을 찾아갔습니다만 주인은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네 바느질 솜씨는 정말이지 칭찬할만 해. 이 천을 가지고 가서 소매 긴 옷 다섯 벌을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형은 배고픔으로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만 주인이 내민 천을 안고 물러났습니다. 그때 형은 다리가 허둥거려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 그러한 형의 모습을 보면서 형이 그토록 사모했던 그 여자와 그 여자의 남편은 서로 눈길을 교환하며 씽긋 웃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부터 여자는 꼽추 재봉사가 자신에게 반해 있다는 것을 남편에게 말하고 공짜로 일을 시키기 위하여 둘이 짰던 것입니다. 천을 받아들고 나온 형의 몰골은 정말이지 당나귀보다도 초라하고 고분고분하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형은 정열과 가난, 굶주림과 무일푼, 그리고 고된 일에 시달릴대로 시달렸던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여자의 환심을 사게 되려니 하고 마음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형이 부탁받은 일을 다 마쳤을 때 그들 부부는 다시 형을 곯려줄 궁리를 했습니다. 궁리 끝에 그들은 형을 하녀와 거짓 결혼을 시키기로 했습니다. 형은 하녀와 결혼시켜주겠다는 말에 그나마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첫날밤이 되자 그 못된 부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밤은 방앗간에서 자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내일은 모든 일이 잘 될 것이다」 이 말에 형은, 무슨 까닭이 있구나 짐작하고 그날 밤은 방앗간에서 혼자 잤습니다. 그러자 집주인은 방앗간 주인을 부추겨 꼽추 재봉사에게 연자매를 돌리도록 시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방앗간 주인은 한밤중에 방앗간을 찾아와 잠들어 있는 형을 굽어보며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우리집의 이 황소란 놈은 버릇이 나빠졌어. 일은 하지 않고 이렇게 드러누워 잠을 자거든. 빻아야할 밀은 산더미같고 단골손님들은 밀가루가 나오기를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데 황소가 말썽을 부리니 낭패지. 오냐, 오늘밤은 어떤 일이 있어도 멍에를 씌워 밤이 새기 전에 다 빻고 말리라」』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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