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국수습,대통령이 나서야

  • 입력 1997년 1월 15일 20시 19분


개정노동법에 반대하는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4주째 접어들면서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생산차질로 인한 기업의 손실액이 2조3천억원을 기록했고 수출차질액도 4억달러를 넘어섰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에 경쟁력저하로 실속(失速)하던 우리경제는 큰 타격을 입고 있으며 국제적 신용 또한 크게 손상되고 있다. 하루빨리 사태를 수습하여 국가경제를 회복시키고 국민불안을 해소시켜야 할 절체절명의 상황이건만 당국의 「정면돌파」와 노동단체의 「연대투쟁」이 맞부닥쳐 해결의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 이러다간 경제적 추락보다 더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맞게 되지 않을까 크게 걱정된다. 李洪九(이홍구)신한국당대표의 기자회견이 오늘로 예정되어 있으나 원론적 얘기 이상의 획기적인 타개책은 기대하기 어려울 듯하다. 이대표가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여당의 대표이긴 하지만 그가 나선다고 사태해결의 가닥이 잡힐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자칫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연두회견에 이은 또하나의 「실패작」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현사태의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와 여야 정치권 그리고 노동계의 대타협뿐이다. 이같은 대화합의 물꼬를 틀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는 김대통령뿐이며 대통령은 이 위기와 난국의 해소를 위해 과감히 나서도록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김대통령은 지난 13일 신한국당 소속의원 등이 참석한 청와대 만찬석상에서 『남은 임기를 편하게 보내기 위해 법개정을 유보할 수도 있었지만 국운과 직결되는 시급한 과제였기 때문에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말하면서 노동법개정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는 대통령의 그같은 충정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대통령이 다시한번 특유의 돌파력을 발휘하여 노동법시국의 해결을 위한 결단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한다. 동아일보는 신년초 발행인의 「연두제언(年頭提言)」(1월1일자)을 통하여 국가적으로 어려운 때에 국민 모두가 「대화합」으로 국민통합을 이뤄 난국을 헤쳐나갈 것을 제의한 바 있다. 노사정(勞使政)갈등이 빚은 현시국이야말로 대화합을 통한 국민통합이 절실한 때다. 노사정 모두 서로 이해와 양보와 절제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슬기를 발휘해야 하며 그 선도역을 김대통령에게 요청하는 바이다. 지금은 온국민이 힘을 합쳐도 난국을 헤쳐가기 어려운 때다. 언제까지나 싸우는 모습만 국내외에 드러낼 수는 없다. 대통령은 대화와 합의의 정신으로 관용과 포용의 정치력을 발휘하여 시국수습에 직접 나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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