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窓]박지만씨 공판 「법정 청혼」 소동

  • 입력 1997년 1월 10일 20시 24분


「金泓中 기자」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525호 법정. 지난해 11월 마약투약 사실이 네번째로 적발돼 구속된 고 朴正熙(박정희)전대통령의 아들 志晩(지만·39)씨에 대한 2차공판이 열리고 있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측은 박씨의 탈선이 전 최고권력자의 아들로서 겪을 수밖에 없었던 「외로움」 때문임을 부각시켰다. 박씨도 『가정만 꾸리면 「약」을 끊을 수 있습니다. 퇴근 후 친구도 없이 외롭게 지내다보니 이렇게 된 것입니다』라며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장은 『배우자를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박씨는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셨지만 막상 소개는 어려우신지 치료감호소에서 나온 뒤 한번도 없었습니다』라고 답했다. 박씨는 또 『종교를 갖고 싶은 생각은 있으나 양심상 하지 못했습니다. 천주교를 택하고 싶지만 박모 목사님의 설교도 좋아합니다』라고 말했다.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가정을 꾸리기 전에 일정기간 구속되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씨는 『지금까지 그런 것은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라고 분명하게 대답했다. 해프닝은 공판이 끝나고 박씨가 퇴정하는 순간 벌어졌다. 맨 앞자리에서 열심히 재판내용을 적고 있던 구모씨(27·여)가 급히 박씨의 변호인에게 쫓아가 『지만씨에게 청혼하고 싶으니 (내 뜻을)꼭 좀 전해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모대학 문예창작과 1학년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구씨는 이어 방청석에 앉아있던 박씨의 작은 누나 書永(서영)씨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으나 『직접 편지하세요』라는 말만 들었다. 구씨는 『TV에서 지만씨가 구속되는 것을 보고 가슴앓이를 해왔어요. 신경림 시인의 시 「갈대」를 적어 8일 편지를 보냈는데 교도관에게 물어보니 지만씨가 못받았다고 해요』라며 안타까워했다. 구씨는 『오늘 지만씨의 재판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충남 천안에서 버스를 타고 상경했다』며 『우선 편지라도 왕래한 뒤 정식으로 청혼하고 싶다』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약복용으로 법정에 선 전 대통령의 외아들과 법정에서의 청혼소동이 묘한 느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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