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갈색폭격기」차범근의 건투를 빌며

입력 1997-01-08 20:18수정 2009-09-27 08:19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90분간 단 1초도 쉬지 말고 먹이를 찾는 짐승처럼 뛰어라』 매우 전투적인 이 말은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 車範根(차범근)씨가 91년 현대축구팀 감독을 맡아 선수들에게 한 주문이다. 지난해 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한국팀이 제대로 힘 한번 못써보고 맥없이 주저앉는 모습을 지켜봤던 축구팬이라면 「바로 그렇다」고 무릎을 칠 만하다. 선수들이 뛰지 않는 축구는 축구가 아닌 것이다 ▼갈색의 폭격기, 아시아출신 최고의 분데스리가, 한국축구 사상 가장 사랑받은 선수, 한국 최초의 월드스타…. 찬사로 가득찬 수식어를 몇개씩 달고 다니며 몸으로 뛰는 축구를 강조해온 차씨가 98년 월드컵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다. 72년 고교3년때 최연소 국가대표선수로 뽑힌 그는 빠른 발과 특유의 돌파력, 놀라운 골 결정력으로 한국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그라운드의 질주마」였다 ▼그는 79년 세계 프로축구 최고무대인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 10년간 3백8게임 출장 98골이란 화려한 기록을 세워 한국인의 자존심을 높였다. 그런 차씨이지만 깊은 침체의 수렁에 빠진 한국축구를 새로 나게 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명선수 출신이 명감독으로 변신한 예도 베켄바워나 요한 크루이프 등 몇명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30대후반까지 운동장을 누빈 차감독의 등장은 투혼도 없고 20대 중반부터 체력이 달려 허덕이는 우리 선수들에게 톡톡히 맹훈련의 기관차 역할을 하리란 기대를 갖게 한다 ▼한국축구도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린 건 아니냐」는 얘기를 자주 한다. 2002년 월드컵 개최국이 됐다는 자부심만 클 뿐 경기력은 보잘것 없고 어쩌다 한 두 경기에 이기면 「아시아엔 상대가 없다」는 식의 오만한 모습을 보인다는 평을 듣는다. 돌파력의 스타였던 명성에 걸맞게 차감독이 한국축구에 대한 이런 비난을 돌파해 나갔으면 좋겠다.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