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7〉
그림을 받은 날은 아니었고, 아마 그보다 며칠 지난 다음이었을 겁니다.
엄마 아빠는 외출하고, 혼자 샤워를 하다 거울에 비친, 물에 젖어 더욱 물기 가득해 보이는 내 몸과 가슴을 바라보다 문득 그 그림을 생각했습니다.
어디 한 번 비교해 봐야겠다.
그 생각만으로도 무슨 나쁜 일을 꾸미고 있는 것처럼 왠지 가슴이 쿵덕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고 쿵덕거릴수록 꼭 한 번 그런 비교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지금 나 말고는 아무도 없잖아, 이 집은.
용기는 언제나 그런 데서부터 생기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생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빈 집 어디엔가 숨어 있듯 그런 데 숨어있다가 살며시 고개를 내미는 것이지요.
그 아이는 얼른 몸의 물기를 걷고 옷을 입고 거실로 나와 어련히 잘 잠겨져 있을 현관문과 창문들을 다시 확인한 다음 그 그림을 들고 바깥 욕실이 아닌, 엄마 아빠가 쓰는 안방 욕실로 들어갔습니다.
다시 옷을 벗고, 깨끗이 몸을 닦고 거울을 닦은 다음 그 그림과 거울 속의 자기 몸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잘 알 수가 없었습니다. 사진처럼 거울 속에 몸을 옆으로 비추고, 사진을 앞으로 들고 보아도 그랬고, 옆으로 들고 보아도 그랬습니다. 사진 속의 가슴은 그대로 있는데, 그 사진을 든 손의 팔을 움직일 때마다 거울 속의 가슴도 조금씩 따라 움직였습니다. 크게 숨을 쉴 때에도 그랬습니다.
그래서 사진 뒤에 물을 묻혀 거울에 먼저 그것을 붙이고, 그 옆에 자기의 가슴을 비추어보았습니다. 그래도 잘 알 수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 여자 아이의 가슴 속엔 그 장난에 대한 은밀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있는 상태였고요.
계단 하나를 오르면 이미 다음 발은 그 다음 계단을 오를 준비를 합니다. 어떤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심코, 아주 무심코 발을 움직일 때에도 그렇습니다. 꼭 마지막 계단까지 올라가 보게 되는 것이지요. 그리곤 내가 여기 왜 올라왔지, 하고 조금은 후회스러운 마음으로 자신이 밟고 올라온 계단들을 바라보는 것이고요.
스물두 살이 되기까지, 그날 그 여자 아이가 자기 몸에 대해 가졌던 호기심이 그랬습니다.
나 말고 아무도 없다는 건 어떤 일도 없다는 것이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 그 아이는 가슴이 작은 아이가 아니니까.
<글 : 이 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