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화제]5·18항소심 법정경비 책임 김영호경위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申錫昊 기자」 『시원섭섭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판이 무사히 끝나 다행이죠』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공판에서 법정 질서유지와 진행을 책임졌던 서울고법 경위 김영호씨(45)의 소감이다. 26년 경력의 「베테랑」인 그가 이번 재판에서 맡았던 역할은 방청객들의 소란을 정리하고 재판부의 입정과 퇴정시 장내를 정돈하거나 피고인이나 변호인의 발언시 마이크를 이동하는 것 등등. 검찰측 법대 옆자리에 서서 갈색안경에 감색제복을 입고 마이크를 잡았던 그는 주위로부터 특유의 「카리스마」와 노련미로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을 받았다. 『모두 일어서 주십시오』 『법정에서 소란을 피우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습니다』 그의 추상같은 명령에는 소란을 피우던 방청객도 취재에 부산하던 기자들도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경위실의 아나운서」라는 별명이 붙었다. 『광주측 방청객들을 대하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막무가내로 소란을 피울 때는 온 신경이 곤두설 정도로 긴장했었죠』 그러나 그는 『70년대 긴급조치 사건 등 과거 시국재판에 비하면 이번 재판은 아무 탈없이 끝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공판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사, 변호인을 제외하면 피고인들을 누구보다도 가깝게 접했던 인물. 그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전두환씨가 노태우씨보다 훨씬 여유있고 당당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전씨는 시종일관 지긋이 눈을 감고 부동의 자세로 재판에 임했으나 노씨는 신발을 벗고 발을 신발위에 얹어 놓거나 손과 목을 자주 뒤트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 또 전씨는 자신이 마이크를 이동할 때면 손수 줄을 옮겨주는 등 친절을 보였다고. 그는 『만년 7급인 경위생활이 힘들 때도 있지만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법질서의 확립에 기여한다는 생각에 보람을 갖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학교 2학년인 아들이 TV를 보고는 「우리 아버지가 역사적 재판에 나왔다」며 친구들에게 자랑을 하고 다닌다』고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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