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가족 기자회견]일문일답<2>

  • 입력 1996년 12월 17일 20시 00분


―올겨울 추위와 식량난으로 탈북할 사람이 많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최영호씨(회령시 사회안전부 경비노무원)〓북조선 주민들이 식량난 등 여러 사정으로 북한을 떠나고 싶어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많은 탈북자들이 생기자 당국이 국경수비를 강화해 주민들이 국경을 넘기가 쉽지 않다. 탈출을 하고는 싶어도 주민들이 선뜻 결심하기가 쉽지 않다. ▼ 전쟁 예비물자는 풍족 ▼ ================전 쟁 준 비================= ―북한에서의 전쟁준비실태와 전쟁 가능성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은 어떤가. ◇김일범씨(넷째사위)〓일반가정에서는 생필품이 태부족인데 반해 전쟁예비물자는 양식과 피복 등을 100% 갖추고 있다. 최근 김정일은 군인들의 사기를 북돋운다는 차원에서 중국산 담배를 수입해다 군인들에게 지급했으며 정치사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크게 상류층과 하류층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당간부나 상인 등 잘사는 사람들은 먹고 사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전쟁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을 하며 실제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못사는 하류층은 차라리 전쟁이라도 나서 빨리 조국이 통일돼 배불리 먹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일반 주민들은 왜 전쟁이 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김명숙씨(셋째딸)〓전쟁에 대한 관점에는 세가지가 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것이 파괴된다는 이유로 전쟁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TV를 갖고 있는 간부 계층은 TV를 통해 국내사정에 정통하기 때문에 전쟁을 해서 이로운 점이 없다고 생각한다. 일반 주민은 남한 때문에 군비에 많은 물자가 투입돼 우리가 못살고 있고 통일만 되면 잘 살 수 있다고 교육을 받고 있어 앉아서 굶어 죽는 거나 전쟁이 나서 죽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로인해 차라리 전쟁이 터지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당국은 보도를 철저히 통제해 왜곡된 보도를 많이 한다. 실제로는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으면서도 TV를 통해서는 행복하고 불편함이 없다는 것처럼 허위보도를 하고 있다. 또 남한인민들은 인간으로서 인정미가 전혀 없고 남한에는 모든 문화유산들이 말살됐다고 교육을 받았다. ◇김일범씨〓북조선이 못사는 것은 미국이 북한의 경제를 봉쇄하고 우리가 둘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라고 교육을 받았다. ▼ 세간살이 들고나와 매매 ▼ ===============기 타 생 활 상================ ―북한에 시장이 형성돼 있는가. ◇박수철씨(셋째사위)〓회령시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 장마당이 서있다. 원래 10일 간격으로 장마당이 열렸으나 지난해 7월부터는 식량난으로 매일 장이 선다. 장마당은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생로이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고 물품수가 많아지고 있다. 장마당에는 기자재를 비롯해 이불 구두 등의 세간살이가 나온다. 특히 사람이 많다보니 전문적인 홀치기꾼(소매치기)이 설치고 있다. 이 때문에 옷장사를 하는 사람들은 옷가지를 동여매 훔쳐가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장마당에 나오는 사람중에는 전직 공무원들도 있으며 일부 간부의 부인들도 있다. ―북한의 의료시설 수준은…. ◇최현실씨〓종합진료소 등 의료시설이 있긴 하다. 그러나 병원에는 약이 없어 의사는 진단만 할뿐 치료는 하지 못한다. 필요한 약은 개인들이 시장에서 구입해 쓰는 실정이다. ―박수철씨가 근무한 창성특각은 어떤 곳인가. ◇박수철씨〓압록강 호숫가에 있는 김일성 별장으로 74년부터 85년까지 그곳에 근무할 때 김일성은 통상 5월부터 7월 사이에 이곳에 와 40일 정도 머물렀다. 김정일도 가족들을 데리고 와 1주일 정도 머물다 갔다. 그러나 일반 주민들은 이곳이 너무 호사스러워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북한에서는 여자들이 대부분 일을 한다고 들었는데 김경호씨 일가족중 여자들의 직업이 전부 무직으로 돼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 ◇김명숙씨〓북한 여성들은 원래 처녀 때는 전부 직업이 있고 결혼후에도 절반은 직장생활을 한다. 그러나 점차 먹고 살기가 힘들어 지면서 제대로 임금을 받지 못하자 가정으로 돌아가 장사를 하는 경향이 많다. 특히 결혼한 여자들은 직장을 버리는 일이 많다. ―해군 서해함대사는 어떤 곳인가. ◇김일범씨〓지난 86년부터 93년까지 그곳에서 일했다. 해군사령부에 소속된 서해함대라는 뜻으로 남침 지점으로 지정된 곳에 해상육전대를 승선시켜 목적지에 데려다주는 역할을 한다. ―북한에서 어린이 교육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박현철군(9·김명숙씨의 아들)〓북한에서 남한 학생들은 공부도 못하고 돈도 없어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며 군인들은 강도짓을 하고 민간인도 막 죽인다고 들었다. 북조선 인민학교 선생님들이 전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여기와서 느꼈다. 김일성 김정일에 대해서는 어려서부터 빼어나고 음악과 체육을 잘했다고 가르쳤다. ―북한의 혼례풍속은…. ◇최현실씨〓약혼식때 남자가 여자에게 옷 한벌 화장품 등을 사주는 정도이며 모든 혼수는 여자가 부담한다. 결혼식은 집에서 치른다. ▼ 『백화점 물건 도둑 안맞나』 ▼ ==============남 한 사 회 의 인 상============= ―남한사회에 대한 소감은…. ◇최현실씨〓한강다리 밑에 거지들이 수두룩하고 집없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들었으나 막상 와보니 남한이 이렇게까지 발전한 줄 몰랐다. ―남한에 와서 가장 좋은 것은…. ◇박봄양(5·김명숙씨의 딸)〓옷도 많고 사탕과 과자도 많아 좋다.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가. ◇김금철씨(장남)〓아직 잘 모르겠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떳떳하게 열심히 일하겠다. 그리고 부모님이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우선 아버지의 병치료에 힘쓰겠다. ―서울 나들이에서 북한과 가장 다르게 느낀 점은…. ◇이혜영씨(맏며느리)〓백화점 식당 시장 등을 둘러볼 때 만난 사람들이 모두 웃는 얼굴에 깨끗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북한에서는 기운 옷을 입은 사람들이 많다. 백화점에는 희귀한 물건이 잔뜩 쌓여 있었는데 북한 같으면 눈깜짝할 새에 도둑맞았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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